전체 글1977 꿈과 기억 사이 / 정혜정 심천의 2부 민속예술쇼 中 꿈과 기억 사이 이십몇 년 전의 일에 대해 간단히 적어가며 넌 아직 가능할까...네 안에 있는 나를 찾아내는 일이... 종일을 한 가지 생각이었다. 네가 나를 새로 산 장갑이나 벙거지 모자 쓰듯 너의 몸 어디에선가를 치장하는 무엇 쯤으로 여기거나 책이나 자동.. 2010. 1. 15. 비와 사랑 밤 10시 로데오 거리 그땐 알지 못했다.그저 기승을 부리던 햇살 조금 사그라지니 덜 사막 같고선글라스 필요 없는 시각이 되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 뉘엿뉘엿 해 넘어가며 대신 불빛이 거리로 스며들기 시작한 저녁 8시가 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휘트니스 센터 간다며 집을 나선 거-.날개 파닥거리며 재촉하는 펭귄의 잦은걸음처럼 초록 신호등이 깔아놓은 주단을 밟듯 길 건너 로데오 거리로 들어서자, 밝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지인에게 선물하고픈 보청기 파는 곳더는 엑스레이 사진 상에도 어깨 이상이 없다고 나오니 이제라도 시작해 볼까 싶은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곳,패션으로 이름 난 로데오 거리에는 탁구장도 있었다.세 곳 중 한 휘트니스 쎈터에서 가.. 2010. 1. 14. 니가, 내 친.구.냐? / 정혜정 술을 한 잔씩 따르며 음식을 기다리던 친구가 불쑥 물었다. 내가 유럽에서 한국에 들아 온 지 이미 4개월이잖아...그런데 아직 혼자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나 봐? 왜, 누가 뭐래? 아니...그저 ..밖에도 아니고 한국이라는 사회가 그렇잖아.. 아직도 이러구 있으면 재혼 못 한다는 거지. 자, 한 잔 해..넌 결혼해서 사는 게 뭐라 생각하는데? 글쎄? 막연하나마....혼자로는 되지 않는 포개진 듯 따뜻한 가슴 지니게 되는 거 아닌가? 따뜻한 가슴? 후후... 거 좋지..그러는 네 반쪽 가슴은 깨끗이 비워두긴 한 거야? 근데 너, 내가 볼 때.. 여자 고르는 커트라인 아직 너무 높아. 내가 뭘~ 난 그저 말 통하는 여자면 돼..우리 나이엔 그게 최고잖아. 그것 봐. 말 통하는 여자가 네 말처럼.. 2010. 1. 11. 비가 와도 그는, 젖지 않는다 비가 와도 그는, 젖지 않는다 / 華雨 "불 좀 켜구 지내지, 어둡잖아, 너무" 창문으로 들어온 그가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서 있다. "부엌 쪽은 어둡지 않아. 2층도 그렇구... 점심 먹으러 내려오는 길인데 아침은 먹었니... 당연히 또 굶었지? 김치 볶음 밥 해서 같이 먹자." 들어오는 빛을 가리며 창 앞에 서있던 그가 부엌 내부가 보이는 카운터 탑 근처로 의자 한 개를 끌어당겨 앉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그녀는 말없이 냉장고에서 쇠고기와 김치 한 대접을 꺼내 도마 위에 놓고 다지며 말을 시작했다. "꿈을 꿨어. 산책로도 아닌 차도에 토끼가 있더라. 거 잇잖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나비넥타이 맨 토끼. 죽을까 봐 손사래 치며 얼러 쫓아내려는데 꼼짝두 안 했어. 어제 고속도로에서 고양이가 죽.. 2010. 1. 8.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하나, 열이 좀 내리는듯해 하얀 스웨터를 벗으려다. 다시 눕게 되는 미련을 떨지 않기 위해 팔꿈치까지만 걷어 올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뜨거워 창밖 풍경에조차 눈을 돌리지 못했던 요 며칠. 공급 되지 않았던 것은 목이 부어 잘 먹지 못한 음식만.. 2010. 1. 3. 봄앓이 아치 모양의 구름다리로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며 걸어오던 그가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음 짓습니다. 그 앞에서 난, 봄의 향기로 피어오르는 듯 술렁이는데 참말 이상한 건 순간, 가까이 있는 그가 잘 보이질 않는 아지랑이 같다는 것입니다. 햇살에 빛나는 그를 보며 어쩌면 웃는 모습.. 2009. 12. 21. 희나리의 추억 /화우 희나리의 추억 1980년대 초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막 도착해서는 한동안 언어의 벽도 벽이었겠으나, 대강 1년여 정도는 거의 그 누구와의 대화도 없이라디오와 텔레비전만 보며 지냈던가 싶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먼저 와서 자리 잡은 선후배 관계로 이어지는 유학생 사회에서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자리 잡은 이들이 새로 온 식구들을 도와주는 것이 통례였기에, 당연히 그들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맨 처음 마중 나왔던 선배들 가족과 두어 번 만난 것을 제외하면 거의 1년 넘도록 다른 한국에서 온 유학생 부인들이 내가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온 여자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냈었다. 결국 처음에 인사 나눌 기회를 놓치게 되자 한동안 세월이 흐른 뒤에는 새로 온 누구라고 .. 2009. 12. 12. 神에게 부치는 편지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 에두아르 마네, 1882년, 캔버스에 유채 마네의 말년을 장식하는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중앙의 우울한 표정을 지닌 젊은 여인과 그 옆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인, 실크 모자를 쓴 남자 등의 배치가 묘한 어우러짐이다. 우울에 젖어 있는 여인과 서로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배경의 화려함은 마네의 근대적이고 도시적인 세련된 감각을 드러냈다고 보이는 그림이다 神에게 부치는 편지 華雨 (그림으로 만든 이야기) 지금도 통각統覺은 태연히 침묵하고 있어요. 평,화,.롭.게.... 실천 없는 이해는 이해가 아니고 마음 잠깐 들끓다 끝날 감상은 아무 것도 아니다 못해 우스운 일로 이기적으로 제 촉수가 먹이를 잡아먹는 데만 쓰이지 않았다는 또 다른 섭취고 사냥인 자위 정도인 거죠. .. 2009. 12. 9. 아직 한창 사춘기였던, / 화우 아직은 사춘기였던 華雨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건데 지루해 아마도....거의 끝까지 읽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 . . .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을 어지르는 일은 언제나 재미 있었다. 가장 즐겨하던 시기는, 그것이 습관이 아닌 어떤 비정서적 발상을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 2009. 12. 8. 이전 1 ··· 216 217 218 219 2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