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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리의 추억 /화우 희나리의 추억 1980년대 초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막 도착해서는 한동안 언어의 벽도 벽이었겠으나, 대강 1년여 정도는 거의 그 누구와의 대화도 없이라디오와 텔레비전만 보며 지냈던가 싶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먼저 와서 자리 잡은 선후배 관계로 이어지는 유학생 사회에서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자리 잡은 이들이 새로 온 식구들을 도와주는 것이 통례였기에, 당연히 그들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맨 처음 마중 나왔던 선배들 가족과 두어 번 만난 것을 제외하면 거의 1년 넘도록 다른 한국에서 온 유학생 부인들이 내가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온 여자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냈었다. 결국 처음에 인사 나눌 기회를 놓치게 되자 한동안 세월이 흐른 뒤에는 새로 온 누구라고 .. 2009. 12. 12.
神에게 부치는 편지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 에두아르 마네, 1882년, 캔버스에 유채 마네의 말년을 장식하는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중앙의 우울한 표정을 지닌 젊은 여인과 그 옆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인, 실크 모자를 쓴 남자 등의 배치가 묘한 어우러짐이다. 우울에 젖어 있는 여인과 서로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배경의 화려함은 마네의 근대적이고 도시적인 세련된 감각을 드러냈다고 보이는 그림이다 神에게 부치는 편지 華雨 (그림으로 만든 이야기) 지금도 통각統覺은 태연히 침묵하고 있어요. 평,화,.롭.게.... 실천 없는 이해는 이해가 아니고 마음 잠깐 들끓다 끝날 감상은 아무 것도 아니다 못해 우스운 일로 이기적으로 제 촉수가 먹이를 잡아먹는 데만 쓰이지 않았다는 또 다른 섭취고 사냥인 자위 정도인 거죠. .. 2009. 12. 9.
아직 한창 사춘기였던, / 화우 아직은 사춘기였던 華雨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건데 지루해 아마도....거의 끝까지 읽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 . . .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을 어지르는 일은 언제나 재미 있었다. 가장 즐겨하던 시기는, 그것이 습관이 아닌 어떤 비정서적 발상을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 2009. 12. 8.
Twilight Zone의 끝방/ 화우 Quai de Bercy - Chagall 1953年 Twilight Zone의 끝 방 어릴 때, 흑백으로 나오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나 Twilight Zone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집 안 어디에선가 우리는 주인공인 그를 바라보고 있지요. "누구 없어요...아무도 없나요……." 그렇게 문 앞에 서서 주인을 부르던 그가 조용히 문고리를 잠은 손에 힘을 주고, 그 문이 소리 없이 열리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보통 이야기는 시작되곤 해요. 낯선 이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다 2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깨끗이 정돈 된 응접실을 돌아보며 부엌 쪽을 향해 가다 말고 고개를 돌려 층계 위쪽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무슨 호기심은 그리도 많은지 올려다보다 조용하게 층계에 발을 .. 2009. 12. 6.
회복된다는 것은, / 화우 분당 정자동 카페 거리 회복된다는 것은, 웃겠지만, 그랬다. 정말. 있잖니, 왜 중학교 때 첫째 시간만 끝나도 도시락 다 까먹고 수업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턱 괴고 칠판만 바라보다, 한 순간에 팔꿈치 미끄러지거나 볼펜 떨어뜨리면서 졸던 순간들, 그러다 둘째 수업 종료 종 울리고 선생님 나가시자마자 책상에 이마 찧듯 엎어져 그대로 잠들고 말던 때처럼, 오늘 처음 그때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이 나이, 그것도 점심 먹다 말고 그대로 엎어져 자고 싶다 느낄 만큼 대책 없던 졸음이란.. 딱, 학창시절의 그거더라. 어릴 적 동생 떼어놓고 도망갔던 오빠 눈물 콧물 짜도록 울다가도 막대사탕 한 개 입에 물려주면 아직 눈물 흐르는데도 입 안으로는 사탕을 굴리던. 혹은 평소 뜨거워 조심 하던 커피 한 모금 무심코 입에 .. 2009. 12. 4.
2. 내 그리운 벗 다케마사 상/ 정혜정 Sanfrancisco haight St. Photo by 華雨 2. 내 그리운 벗 다케마사 상 우린 섬 주위 곳곳을 자이로 짱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 헤맸다. 사물을 분간할 수 없으리만치 어두워지고서야 다케마사 상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꾸 그분의 우울해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다행히 다음 날 오후 게이사츠(경찰)에게서 개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었다며 밝은 음성으로 다케마사 상이 소식을 전해와 안심했다. 개를 묶어두지 않아도, 자전거를 아무데 세워두어도 도둑을 맞는 일이란 전혀 없는 곳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었나 여쭤보니...개가 너무 늙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했던 모양이란다. 게다가 다리가 아파 잘 못쓰니 어딘가를 가다가 기억이 없어 집은 못 찾겠고 절뚝거리는 다리는 더 아파오고, 그래 돌아오질 못.. 2009. 12. 3.
1. 내 그리운 벗 다케마사 상 2006 Davis in California. Photo by 華雨 호수로 가는 길에서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지나는 남자를 본다 건장한 체격에 나이도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 않는데도 심장이 좋지않은 걸까..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한 15미터쯤 뒤에 게으른 개가 풀숲에서 킁킁 뭔가 냄새를 맡고 다니기에 손사래를 쳐 그 개를 주인 쪽으로 내몬 후 가던 길 다시 가는데... ... 저 먼 기억으로부터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1. 내 그리운 벗 다케마사 상 사진. 글. 華雨 삐~~삐~~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이제 막 저녁식사를 시작했던 난,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음성을 들었다. 아, H 상, 저 다케마사입니다. 늦은 시간 대단히 미안합니다만 혹 오.. 2009. 12. 2.
홍승엽의 魂을 실은 움직임/ 화우 사람들은 진흙으로 항아리를 빚어 만들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항아리가 아니라 그 속에 비어있는 공간이다. - 老子 홍승엽의 魂을 실은 움직임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비어있는 공간에 들어와 한 귀퉁이에 자릴 잡고 앉은 청년이 한동안 고개 숙인 채 호흡을 가다듬는듯 했는데 안되겠다는 듯 고갤 .. 2009.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