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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베 지진 수기/ 나는 고베 한신 대지진 한가운데 있었다 나는 고베 한신 대지진 한가운데 있었다 / 화우 정혜정 전날 저녁 무렵부터 열이 오르던 아이에게 자정에 먹인 해열제를 한 번 더 먹이려 잠에서 깬 것은 새벽 다섯 시 반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침대 헤드 보드에 놓여 있던 시계를 보며 한 10여 분 뒤척이다 막 몸을 일으키는데,그르르릉그르르그르르그르르르르릉.................. 마치 너무 커서 감지조차 하지 못하는 거라는 지구 도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기라도 한 듯 몸이, 집이, 그리고 세상이 마구 흔들리듯 하더라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진동이었다. 그랬다. 그날 난, 고베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 46분 고베 한신 다이신 지신, 고베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난 바로 그 지진의 진원지였.. 2010. 1. 22.
탈출을 꿈꾸는 女子 탈출을 꿈꾸는 女子/ 화우 정혜정 자유라 불리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뜨겁고 미끄러운 양수 속을 헤엄치듯, 지금 난, 즐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위한 재발견이라도 해 세상을 향한 편견이 조금은 줄었다거나 도통 열릴 줄 모르던 안개같던 머릿속이 신 개념으로 차오르.. 2010. 1. 17.
꿈과 기억 사이 / 정혜정 심천의 2부 민속예술쇼 中 꿈과 기억 사이 이십몇 년 전의 일에 대해 간단히 적어가며 넌 아직 가능할까...네 안에 있는 나를 찾아내는 일이... 종일을 한 가지 생각이었다. 네가 나를 새로 산 장갑이나 벙거지 모자 쓰듯 너의 몸 어디에선가를 치장하는 무엇 쯤으로 여기거나 책이나 자동.. 2010. 1. 15.
비와 사랑 밤 10시 로데오 거리                          그땐 알지 못했다.그저 기승을 부리던 햇살 조금 사그라지니 덜 사막 같고선글라스 필요 없는 시각이 되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 뉘엿뉘엿 해 넘어가며 대신 불빛이 거리로 스며들기 시작한 저녁 8시가  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휘트니스 센터 간다며 집을 나선 거-.날개 파닥거리며 재촉하는 펭귄의 잦은걸음처럼 초록 신호등이 깔아놓은 주단을 밟듯 길 건너 로데오 거리로 들어서자, 밝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지인에게 선물하고픈 보청기 파는 곳더는 엑스레이 사진 상에도 어깨 이상이 없다고 나오니 이제라도 시작해 볼까 싶은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곳,패션으로 이름 난 로데오 거리에는 탁구장도  있었다.세 곳 중 한  휘트니스 쎈터에서 가.. 2010. 1. 14.
니가, 내 친.구.냐? / 정혜정 술을 한 잔씩 따르며 음식을 기다리던 친구가 불쑥 물었다. 내가 유럽에서 한국에 들아 온 지 이미 4개월이잖아...그런데 아직 혼자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나 봐? 왜, 누가 뭐래? 아니...그저 ..밖에도 아니고 한국이라는 사회가 그렇잖아.. 아직도 이러구 있으면 재혼 못 한다는 거지. 자, 한 잔 해..넌 결혼해서 사는 게 뭐라 생각하는데? 글쎄? 막연하나마....혼자로는 되지 않는 포개진 듯 따뜻한 가슴 지니게 되는 거 아닌가? 따뜻한 가슴? 후후... 거 좋지..그러는 네 반쪽 가슴은 깨끗이 비워두긴 한 거야? 근데 너, 내가 볼 때.. 여자 고르는 커트라인 아직 너무 높아. 내가 뭘~ 난 그저 말 통하는 여자면 돼..우리 나이엔 그게 최고잖아. 그것 봐. 말 통하는 여자가 네 말처럼.. 2010. 1. 11.
비가 와도 그는, 젖지 않는다 비가 와도 그는, 젖지 않는다 / 華雨 "불 좀 켜구 지내지, 어둡잖아, 너무" 창문으로 들어온 그가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서 있다. "부엌 쪽은 어둡지 않아. 2층도 그렇구... 점심 먹으러 내려오는 길인데 아침은 먹었니... 당연히 또 굶었지? 김치 볶음 밥 해서 같이 먹자." 들어오는 빛을 가리며 창 앞에 서있던 그가 부엌 내부가 보이는 카운터 탑 근처로 의자 한 개를 끌어당겨 앉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그녀는 말없이 냉장고에서 쇠고기와 김치 한 대접을 꺼내 도마 위에 놓고 다지며 말을 시작했다. "꿈을 꿨어. 산책로도 아닌 차도에 토끼가 있더라. 거 잇잖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나비넥타이 맨 토끼. 죽을까 봐 손사래 치며 얼러 쫓아내려는데 꼼짝두 안 했어. 어제 고속도로에서 고양이가 죽.. 2010. 1. 8.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하나, 열이 좀 내리는듯해 하얀 스웨터를 벗으려다. 다시 눕게 되는 미련을 떨지 않기 위해 팔꿈치까지만 걷어 올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뜨거워 창밖 풍경에조차 눈을 돌리지 못했던 요 며칠. 공급 되지 않았던 것은 목이 부어 잘 먹지 못한 음식만.. 2010. 1. 3.
봄앓이 아치 모양의 구름다리로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며 걸어오던 그가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음 짓습니다. 그 앞에서 난, 봄의 향기로 피어오르는 듯 술렁이는데 참말 이상한 건 순간, 가까이 있는 그가 잘 보이질 않는 아지랑이 같다는 것입니다. 햇살에 빛나는 그를 보며 어쩌면 웃는 모습.. 2009.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