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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늘...
글, 그림 / 정혜정
자정 한참 지났건만
나비 한 마리가 가슴 속 날아다녀 잠이 오질 않네.
매해 이맘때면, 더 그래.
그저 후욱 훅.
가슴 속 무언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운 들이치며
최대한 냉정해 보려는 내 의지와는 달리
온갖 구실 다 대 아무렇지도 않으려 하지만
시집갈 때 가까워진 처녀의 들뜬 마음처럼
꼭 이맘때인 모두들 가족 만나는 긴 연휴 가까와오면
눈앞에서 노랗게 꼬리에 줄 단 듯한 나비 한 마리 날듯
가슴 속으로 현기증이 일어.
한 잔 마시고 잠 청해 볼까 하는데
쉬이 그러는 건 싫다며 한다는 그 한 잔 한 뒤의 유치한 투정이란,
매해 이맘때면, 무조건이라 할 수 없다는 거지.
하지만 세상에 무조건이 어디 있겠어.
조건을 분류 해 나누려니 못 하겠어서 괜스레, 혹은 공연히 라고 하는 거지.
멀리서는 가족들 모두 모여 북적되는 긴 연휴가 시작되는데 난 혼자여서...
라고 고백하는 게차라리 나을 것을 말야.
왠지 자주 연락오던 친구 며칠 뜸한 것도 기분 상하고
창가에 앉아 있던 고양이 시큰둥한 표정인 것에도 고약한 마음 들며,
모두 부모님과 친지 만날 수 있는 고향 찾아가
뿔뿔이 흩어져있던 가족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 피운다니까,
한국 방문하고 돌아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1분 차이로 평생 못 잊을 님 만나는 것 놓쳐 꺼멓게 속 타는 양,
안절부절 하는 거야.
이럴 때 누구라도 건드려 주면, 고맙지.
초등학교 시절 딱 한 번 숙제 빼먹었다 들켜서
온 애들 앞에서 창피하게 꿀밤 맞던 일부터 끄집어내
막무가내로 주저앉아 울어버리게.어이없는 표정 짓고 있지, 지금.?
무슨 다 큰 女子가 애 떼 쓰듯 그런 생각을 하니....그러며,
참 어이없어 하지, 지금?........
비웃지 마.
겨우 한 병 가지고 지금 취했다는 거냐고.
툭.기분 별루여선가 오늘은 어깨두 빨리 떨어지더라.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은 홍조를 띄고
웃고 있지 않는데 웃음소리도 들리는듯 하고.
얼마를 마셨는가가 문제겠니.
한 잔 마셔도 취하고 마는 사람에겐 한 병 정도면 거의 치사량인 거잖아.
따라주는 이 없이 기울이는 모양새는 그림자까지도 멋지다며
잘 마시지도 못하며 분위기만 즐기는 중인데,
맥주 두 병 주량에 그 반을 마시고
빈 병 거꾸로 털다 보니 윙윙 소리도 들리는걸.한동안 그 상태로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는 고장난 신호등처럼
감정의 신호 이렇게 빨강에 멈췄다 생각되면
바로, 나머지 술을 얼른 비우면 되.
더 혼란스러워질까봐 굳이 예방 차원에서 방법을 강구하는 셈이고
그렇게 하면 세상도 희미해지고 혼란도 잠잠해질거라는 거지.
어느 순간 부터는 슬금슬금
이 세상에 극비로 지켜져 온 별 꼬리 잡은 새벽 다가오는 모습을
나 혼자 넉넉하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거고
그러다 정말 운 좋아
내가 뒤집어낸 속내와 똑같이 닮은
빈 병 속 너를 만날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그냥 그렇다는 거야.
이맘때면 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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