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자는 모습은 어쩌면 두 손 포개 가슴에 얹고
숨 소리도 내지 않으며 관 속에라도 누운듯
마음 안에만 들어 있는 것 같을까.
종종 난,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상상하곤 하는데,
푸우-
숨을 참다 수면 위로 얼굴 내밀 듯
새벽 깨어나며 소리를 내지도 않을 텐데
방 어디선가 자다 깨어있던 고양이,
예의 있게 침대 발치로 부터 뛰어 올라 저벅거리며 턱 밑에까지 오는 것이다
닿을 듯 말 듯 코를 가져다만 대는 것이 놈의 반갑다는 인산데,
몇 번이고 무당 굿 하듯 목 밟고 가슴 밟으며 완전히 주인 잠이 깨도록 왔다 갔다 한 뒤
아직 포갠 상태인 내 가슴 위에 놓인 두 손 위에 제 배를 깔고 앉아 겔겔겔겔 거리기 시작한다.
눈 뜨기 전 먼저 머리 속 부터 맑게 게며 깨어나던 새벽이
언제부턴가 내가 잠에서 깨어나려 뒤척이는 소리에 깨 내 침대로 먼저 뛰어 오르며
발치 께로부터 올라오는 고양이에게 밟히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난, 눈 뜨지 않은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가슴에 얹힌 채 깔려있던 손을 빼내 놈의 등을 쓰다듬으며
잘잤어?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2.
얼마나 푸근하게 풀리는 지 푸욱 담근 내 몸으로부터
알알이 긴장감이 풀려나가는 것만 같다.
거품이 일도록 목욕제를 풀어놓은 뜨거운 물에서 그린 향이 새록거리고
눈 감은 채 신경을 모으게 하는 귀 아래 쪽에선
폭폭 작은 버블들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조용한 그 소리들 가운데로 숨소리 들리는 듯 해 눈을 떠 둘러보니
가리는 곳 없이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MJ가,
이번엔 물을 가득 채우고 들어간 욕조 안과 바깥쪽으로 드리워진
주인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샤워커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숨어 있다.
자칫하면 고양이에겐 치명적인 온도로 느껴질수도 있을
뜨거운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올 것만 같아,
너, 고양이 맞아?
놀라 그를 욕조 밖으로 내려 놓았었는데,
어느새 다시 카텐사이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시치미만 떼는 것이 아닌,
버블로 가득 채워진 뜨거운 욕조에 자신의 긴 꼬리를
5 센티 정도나 담구고도 멀쩡한 표정이라니...
어릴 적 개는 물론 고양이도 열 마리도 넘게 키워
동물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하던 내 상식으로 볼 때,
고양이는 본시 몸에 뭐가 묻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그 중에서도 특히 물을 싫어하는데
어찌된 건지 이놈은 잠을 자다가도 물 트는 소리만 나면
득달같이 달려와 바라보느라 눈을 떼지 못한다.
그건 예외없이 내가 놈을 목욕 시킬 때도 나타나
다른 고양이들은 목욕 시키려면 물을 피해 도망가다
본의 아니게 발톱으로 주인을 할퀼 정도로 질색 하는데
좋지? 너 좋아하는 물이야. 뜨겁진 않지? 하며 씻기면,
겔겔 소리까진 아니어도 그윽한 표정으로 즐기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급기야 주인의 버블 바쓰 하는 욕조까지 넘 보며
꼬리 집어넣기 시도를 하는..
니가 정말 고양이 맞니?
평화롭게 쉬고 싶던 난 하는 수없이
엄지와 검지로 놈의 비누거품과 물을 훔쳐낸 뒤 욕실 밖으로 추방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바닥에 있던 내 스케치북 뒷면에는
데모라도 하듯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ㅎ
- 華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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