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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바람 부는 한겨울 들판에 선 듯 휘돌리기 시작했다.
좋은 추억은 타이의 씨줄 날줄 엮어간 스카프처럼 마음 부드럽게 감싸지만,
누군가 떨어뜨려 내다버린 깨진 액자 속 찢어진 그림이나
망망한 대해를 표류하는 썩은 나무 조각 같은 기억이
턴테이블 긁는 소음으로 목덜미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소급되는 그 기억에 질려 도망치듯 떠나온 곳,
기대 없이 들어간 펜션 아무 데나 짐을 던지며
그 자리에 무릎 꺾인 듯 주저앉아
잠이라도 든 듯 움직이고 싶지 않다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낯선 나라 호텔 방이라 여기자며
깊게 숨 들이마시며 발코니 창을 여니,
바다와의 대화가 가능 할 그네가
푸른 밤 수면 위의 달과 어우러져 그렁거린다.
늘 갈망해 오던 자유를 지니고서도
동굴 속에서 길 잃고 진저리치는
굴레 속에 갇힌 몇 줄의 詩를 버리고서야
아주 먼 나라로 떠나온 듯
거제도의 바다와 달, 그리고 푸른 밤을 담다보니,
천상, 나네…….
하늘바다 속 출렁이는
유영의 그림자를 쫓다 말고
한동안 그렇게 카메라를 코끝에만 댄 채 서 있다.
그래도 봄, 어김없이 오겠지.
- 200812. 거제도에서 Hwa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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