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45 이맘때면, 늘... * 이맘때면, 늘... 글, 그림 / 정혜정 자정 한참 지났건만 나비 한 마리가 가슴 속 날아다녀 잠이 오질 않네. 매해 이맘때면, 더 그래. 그저 후욱 훅. 가슴 속 무언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운 들이치며 최대한 냉정해 보려는 내 의지와는 달리 온갖 구실 다 대 아무렇지도 않으려 하지만 .. 2010. 2. 13. 지붕 없는 기억 지붕 없는 기억 기억은 바람 부는 한겨울 들판에 선 듯 휘돌리기 시작했다. 좋은 추억은 타이의 씨줄 날줄 엮어간 스카프처럼 마음 부드럽게 감싸지만, 누군가 떨어뜨려 내다버린 깨진 액자 속 찢어진 그림이나 망망한 대해를 표류하는 썩은 나무 조각 같은 기억이 턴테이블 긁는 소음으로 목덜미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소급되는 그 기억에 질려 도망치듯 떠나온 곳, 기대 없이 들어간 펜션 아무 데나 짐을 던지며 그 자리에 무릎 꺾인 듯 주저앉아 잠이라도 든 듯 움직이고 싶지 않다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낯선 나라 호텔 방이라 여기자며 깊게 숨 들이마시며 발코니 창을 여니, 바다와의 대화가 가능 할 그네가 푸른 밤 수면 위의 달과 어우러져 그렁거린다. 늘 갈망해 오던 자유를 지니고서도 동굴 속에서 길 .. 2010. 2. 9. 나를 좋아하는 너는/ 정혜정 1. 내가 자는 모습은 어쩌면 두 손 포개 가슴에 얹고 숨 소리도 내지 않으며 관 속에라도 누운듯 마음 안에만 들어 있는 것 같을까. 종종 난,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상상하곤 하는데, 푸우- 숨을 참다 수면 위로 얼굴 내밀 듯 새벽 깨어나며 소리를 내지도 않을 텐데 방 어디선가 자다 깨어있던 고양이, 예의 있게 침대 발치로 부터 뛰어 올라 저벅거리며 턱 밑에까지 오는 것이다 닿을 듯 말 듯 코를 가져다만 대는 것이 놈의 반갑다는 인산데, 몇 번이고 무당 굿 하듯 목 밟고 가슴 밟으며 완전히 주인 잠이 깨도록 왔다 갔다 한 뒤 아직 포갠 상태인 내 가슴 위에 놓인 두 손 위에 제 배를 깔고 앉아 겔겔겔겔 거리기 시작한다. 눈 뜨기 전 먼저 머리 속 부터 맑게 게며 깨어나던 새벽이 언제부턴가 내가 잠에서 깨.. 2010. 1. 31. 탈출을 꿈꾸는 女子 탈출을 꿈꾸는 女子/ 화우 정혜정 자유라 불리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뜨겁고 미끄러운 양수 속을 헤엄치듯, 지금 난, 즐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위한 재발견이라도 해 세상을 향한 편견이 조금은 줄었다거나 도통 열릴 줄 모르던 안개같던 머릿속이 신 개념으로 차오르.. 2010. 1. 17. 꿈과 기억 사이 / 정혜정 심천의 2부 민속예술쇼 中 꿈과 기억 사이 이십몇 년 전의 일에 대해 간단히 적어가며 넌 아직 가능할까...네 안에 있는 나를 찾아내는 일이... 종일을 한 가지 생각이었다. 네가 나를 새로 산 장갑이나 벙거지 모자 쓰듯 너의 몸 어디에선가를 치장하는 무엇 쯤으로 여기거나 책이나 자동.. 2010. 1. 15. 비와 사랑 밤 10시 로데오 거리 그땐 알지 못했다.그저 기승을 부리던 햇살 조금 사그라지니 덜 사막 같고선글라스 필요 없는 시각이 되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 뉘엿뉘엿 해 넘어가며 대신 불빛이 거리로 스며들기 시작한 저녁 8시가 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휘트니스 센터 간다며 집을 나선 거-.날개 파닥거리며 재촉하는 펭귄의 잦은걸음처럼 초록 신호등이 깔아놓은 주단을 밟듯 길 건너 로데오 거리로 들어서자, 밝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지인에게 선물하고픈 보청기 파는 곳더는 엑스레이 사진 상에도 어깨 이상이 없다고 나오니 이제라도 시작해 볼까 싶은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곳,패션으로 이름 난 로데오 거리에는 탁구장도 있었다.세 곳 중 한 휘트니스 쎈터에서 가.. 2010. 1. 14.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밤 아홉 시에서 자정 사이 / 화우 하나, 열이 좀 내리는듯해 하얀 스웨터를 벗으려다. 다시 눕게 되는 미련을 떨지 않기 위해 팔꿈치까지만 걷어 올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뜨거워 창밖 풍경에조차 눈을 돌리지 못했던 요 며칠. 공급 되지 않았던 것은 목이 부어 잘 먹지 못한 음식만.. 2010. 1. 3. 희나리의 추억 /화우 희나리의 추억 1980년대 초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막 도착해서는 한동안 언어의 벽도 벽이었겠으나, 대강 1년여 정도는 거의 그 누구와의 대화도 없이라디오와 텔레비전만 보며 지냈던가 싶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먼저 와서 자리 잡은 선후배 관계로 이어지는 유학생 사회에서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자리 잡은 이들이 새로 온 식구들을 도와주는 것이 통례였기에, 당연히 그들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맨 처음 마중 나왔던 선배들 가족과 두어 번 만난 것을 제외하면 거의 1년 넘도록 다른 한국에서 온 유학생 부인들이 내가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온 여자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냈었다. 결국 처음에 인사 나눌 기회를 놓치게 되자 한동안 세월이 흐른 뒤에는 새로 온 누구라고 .. 2009. 12. 12.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