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할 일은 해야 하는데 일 하던 중 일어난 일로 인해 못하게 되고 만다.
다시 시도하려 해보지만, 이제는 마음이 아니라
할 일 없는 듯 그저 그냥 앉아 있다.
어느 해 이맘 때 쯤 적은[때론, 노래처럼]이라는 비공개 폴더의 한꺼번에 심사 죄다 집 나가그냥 앉아있을 수 밖에 없던 어느날의 이야기다.
1.
창고에서 물건을 찾다
더는 사용하지 않는 롤러 블레이드 서너 개를 내다 버리기로 결정했다.
일어나 그 무거운 것들을 들고나오다
그만 왼쪽 선반 모서리에 있는 대로 이마를 찌었다.
찢어진 것은 아니지만 뼈까지 아픈 것 보니 통증이 일주일은 가지 싶다.
주저앉아 이것저것 끄집어내 가며 오전 1시간 남짓 자신의 미련함에 통 파듯 투덜댄다 거울 속 부어오른 이마를 들여다 보며
무엇을 잘못해 하나님은 내게 꿀밤을 먹인 걸까... 에 골몰한다.
2. 마음의 통증 과한 날에는 선선한 바람과 푸른 하늘일지라도 의미 없는 두통을 몰고 온다. 결국, 다시 나만의 타이레놀이 될만한 무엇을 찾지만, 원래 약효란 겨우 4시간 남짓이기에 비라도 내리면, 오늘처럼 억수같은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그나마 원래도 없었던 약병이라며 위로받을 무언가도 찾지 못한 채 그저 두 손 놓고 앉아있는 수밖에 없다.
3.
아이들을 위해 맛난 냄새가 올라오는 빵을 만들기로 한 오후,
다 구어진 냄새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빵을 꺼내려다
뜨거운 오븐 도어 아래로 갑자기 고양이가 지나가는 바람에
다치지 않게 도어를 잡는다는 것이 그만 거의 빵을 떨어뜨릴 지경이 되었다.
평소 레시피의 두세 배로 굽는 까닭에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고 힘 주다반쯤 열려있던 오븐 도어에 손목을 데고 말았다.
이거 아니라도 가득이나 거친 손인데 바로 부풀어 오르는 것 보니 물집도 생기겠다. 꺼낸 빵을 그대로 레인지 탑에 올려놓은 채
부엌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는다. 이렇듯 그냥 앉아 있다는 것은,
울먹이거나 마음의 통증 치유할 타이레놀 병도 소용 없는 날,
혼돈으로 일어난 어수선함을 어떻게든 다스리고자
깊게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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