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서 20060706
마라도에 내려주고 배는 떠났다.
걸어서 섬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물론 이런저런 것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느라 조금 지체된 시간도 합해서이니
서두른다면 조금은 줄일 수 있겠지...허나 여행에 유유자적이 빠지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 다른 수단 사용하지 않고 섬 주위를 걸어서 돌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날씨가 흐려서 모자를 쓰지 않아도 좋았다.
아무튼 바다든 강이든, 호수나 연못 등 물 있는 곳은 어디든 좋아하기에
그 속 오도마니 앉은 마라도라는 섬.
볼 것이라곤 그 섬 둘레를 걸어서 돌아보 것 말고는 없었던-
결국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듯 섬에서도 한 일은
작은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러고보면 결국 우리는 모두 섬에 사는 것이고
어디에서든 바다를 향하고 있다.
BODEGA BAY에선 태평양을 이렇게 바라보았는데...
그렇지..
이곳도 한국 남쪽 끝이라 등대가 있나 보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날아갈 수 있으리만큼
울타리 넘어 절벽 끝으로 자꾸 다가가는 내 행동에 놀라
손사래 치며 위험하다며 소리 지르던 아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
넌지시 다가가 바닷바람에 으스대는 해송에 말 건네면,
조화처럼 단단한 초록 풀 보듬은
거북이 등같은 주름진 얼굴의 바위 환하게 웃는다.
그러게-
오늘도 작은 파도가 만드는 소용돌이에 의해 열린
바다의 쪽문만큼이나 작고 여린 하늘 빛깔 탓인지,
스쳐 지나는 바람처럼 부질없는 것이 인연이라는 듯,
온갖 몸짓으로 친해지고 싶어하는 내게
마라도 터줏대감인 누렁이, 입 꾹 다문 체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자연 앞의 인간들은 어쩜 한결같이 어린 애 같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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