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적, 난 이것저것을 아이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해봤다.
지금은 부도가 났지만 미국에서 한참 잘나가던 K-mart의 Headquarter가 있고
Hurdson's Department store가 바로 앞에 있었던 미시건의 내가 살던 곳 주위에는
SAKS FIFTH AVENUE와 Jacobson's 라는 최고의 유명 백화점도 있을 정도로
미시간 주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닌,
그런 도시기에 언제나 내 돈을 들이지 않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도시의 제일 큰 도서관에는
무엇으로든 놀랍도록 흥분하게 하는 것들이 있더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레곤에서 미시간으로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않아
16마일에 있는 도서관에서 무료로 유화를 빌려준다는 걸 알게된 나는
매주 두 점 씩을 대여해 와 애들 방에 걸었었다.
나는 물론이고, 애들도 다음의 그림을 선택하는 것을 즐기고 좋아했다.
7개 주 어느 곳에 살아도 각 도시마다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늘 내게 만족을 주었다고 기억된다.
난 지금도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무서운 권총 사건 등과
눈 많고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게 하는 단점을 잊을만큼 미시간이 그립다.
그리고 그땐 주로 뭘 했더라....
대학 졸업을 한 큰 애가 그때 겨우 Kindergarden(유치원생)이었으니, 좀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어제의 일처럼 선명한 법.
그래서 아직은 Pre-K 가기도 빨라 늘 내가 데리고 다녀야 했던 둘째와 함께
첫째를 학교에서 픽업하던 일도, 마치 어제 같다.
우리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집 가까운 16 mile에 있는 미시간의 도서관을 즐겨 갔다.
난 그때 돈을 아끼느라 VCR 두 대를 장만하여 모든 디즈니 무비를 차례로 빌려와 집에서 무단 복사를 했다.
그땐 그것이 불법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내 부지런함이 자랑스러을 정도였다.
그때 해둔 예쁘지 않은 글자로 영어 제목이 적힌 Disney fairy tale Movie가
아이들이 버리지 못하게 해 지금도 집에 몇 십개 가지고 있다.
며칠 전, 김장을 도우러 엄니 댁에 갔는데
엄니가 입고 계신 청록색 에이프런이 아주 낯익다.
바로 아주 오래오래 전인 위의 그 시절 즈음, 엄니께 선물로 보내드린 거였다.
미국 온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1994年.
그 위에 적혀있지 않았다면,
도대체 그것이 언제쯤의 일인지조차 기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허나 그 문구 한 줄로 그 시절의 온갖 기억이 줄줄이 사탕처럼 꺼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이것은 일본으로 이사가기 직전이던, 오하이오 주 씬시내티 살 적에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 2 년 후 한국엘 가서 엄니께 왜 입지 않으시는가 여쭈니,
이사하느라 정신 없어 그딴 것 어디다 뒀는지 알게 뭐냐며, 오히려 퉁명스럽게 대답하셨었다.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그즈음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엄니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헤아렸기에 전혀 섭섭해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디서 이게 한 장이 나오더구나...
-근데 엄니, 그림만 그리지 글은 왜 썼나몰라...좀, 촌스럽죠?
-뭘~ 그래도 이것 한 장 찾아서 어제부터 입고있는 중이다. 몇 장 되었었지 않니? 이사 중에 이삿짐에서 사라진,
그 '안방상자'라고 적었던 큰 상자 안에 들어있고 그래서 그때 전부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
김장 도우려 들린 아침,
현관 들어서다 말고 에이프런에 눈길을 준 채 서 있는 날 보며 하시는 말씀에 그때의 소소한 일들이 새삼스러워진 것이다.
그 당시 난 에이프런에만이 아닌, 애들의 청바지, 티셔츠, 운동화, 어디에든 그림질(?)을 즐겼었다.
쑥쑥 자라 지금은 신장이 174센티인 큰애의 긴 바지가 짧아지면
난 그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어 한 쪽 허벅지 부분에 아이가 원하는 인어공주나 미키마우스 등을 그려넣어
그 다음해의 여름바지로 입혔다.
그러며,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바질 입은 거야..그럴싸하게 말하곤 했다.
하얀 캠퍼스 운동화를 사서 거기에 구슬을 붙이기도 하고
무늬없는 흰 헤인즈 셔츠 코너 코너에 이니셜처럼 아이가 원하는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그때 그렇게 살 적에,한국의 엄니께 에이프런을 만들어 보내드린 거였다.
그리곤 그것을....
16,7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엄니가 입으신 거다.
녹색 에이프런의 풋풋함 앞에 선, 그 후 꾸준히 늙고 꾸준히 세속에 물들어 살아온 내가 보인다.
추스려야 할 것들 전부를 다시 모으 듯
김치를 버무리면서도, 이런저런 기억에 기분 참 묘했다.
내내 기억 흐려지지 마라. 맛 변하지 마라...
맛난 속과 정성을 함께 버무려 넣은 후 차곡차곡 눌러 담으며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마지막으로 뚜껑 덮기 전 맨 위에 멸치 젓국물 한 국자 씩을 더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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