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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서른 어느 날

by HJC 2010. 12. 16.

 

 

 

좋아하는 바이얼린 연주 중의 하나인

Sergei Trofanov(세르게이 트리파노프) 앨범 Gypsy Passion 에 있는

Moldova를 찾다가, 이 동영상을 아쉬운 대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서른 어느 날 ( Fiction writing ) / 정혜정

 

 

그 기억의 망망한 방황 속에서도 딱 한 가지만은 명료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늘 엄니가 아버지에게 지녔던 그 변함없는 등대 같은 신뢰와

평생을 반해 사시는 그 콩깍지 씌운 마음을

나 역시 누구에겐가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였다.

 

초등학교 1 학년 1 반일 때였을까.

가끔 오수에 눈 감기고 칠판 뿌옇게 흐려지던 오후면

졸음을 쫓.기. 위해 애써 별의 별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 당시의 만화에서 본 것처럼 목에 보자기를 두른 채 슈퍼맨이 되어

창 밖 저 멀리 하늘로 날아올라서는 산 하나 넘고 산  둘 너머

그 폭이 제법 넓고 긴 강도 사뿐하게 날아 건너다보면,

그때부터는 졿음도 달아나고  제법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만화의 상상과 연애소설의 주인공이 매치되지 않은 채 그렇게 덜거덕거리던 감정의 기복은

쓸데없는 일 한 가지에 한 번, 

성과 없이 소모적이기만 한 일 두 가지에 여러 번.

뭐, 이런 식으로 세상 공식에 휘둘리거나 익숙해지며

내가 자신만 생각하는 것 말고도 절실하게 필요한 무엇이 있는 거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턴가 그것이 사랑인 거고 그런 감정의 주체는

서로 아끼고 지켜주는 거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내가, 너를 만나고 난 후,

도대체 온전한 평화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나...

주지도 않은 상처 혼자 다 받았다며 상대를 힘들게 한다 거나,

확실하지 않은 상상 소설처럼 풀어 

거리의 약장수처럼 목청 높여 마지막 호흡 치닫듯 홀로 서럽게 운다던지

뭐, 꼭 그런 피해망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만나지 않고 잘 지내는 듯 싶다가 이유 없이 심정 사나워지면

멀쩡한 청바지 사포질 하해 구멍 내듯 자신의 마음을 사포질 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스스로 갈아대는 거면서

그 소리를 낸다가 아닌 들리곤 횄다라고 표현하는 어리석음...

살며, 혹, 너두 그랬던 적 있니,

 

이유는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없고

내가 지켜주고픈 네가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지 못할 듯 해서인 거.

한 사람과의 사랑을 꿈꾸고 신뢰하는 그의 여자로 지내길 바라

반듯한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안정된 행복감이 단 하나의 소망이라며

그 단순한 논리릐 가치를 이해 하지 못하는 너로 인해

비틀거리는 내가, 아플 거라는 걸 넌 알기나 하니.

 

그러다 보니 서른 다 되도록 이 사랑 밖에 모르는 난, 

세상 모든 이들 앞을 지나다녀도 보이는 건 없는 거지.

어릴 적에는 그렇게 많은 꿈을 꿨으면서도 혼자인 것 외로워 

때론 먼지 알갱이처럼 부서지거나

투명하지도 못하며 빛의 분산처럼 펴지고 싶어,

서른 어느 날에도 이렇게 서성이기만 하는 거지.

 

기다리기만 하느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가슴 속 상처 깊어서일까

잔디조차도 가까운 초록들이 서로 찌르는 듯 보이는 날엔

너 없이 잘 살 거라는 결심 한 번 한 적 없이

한 순간 싸구려 병 깨지듯 뾰족하게 깨지고 싶기도 하지만,

이젠, 그만 일어나야겠어.

 

사랑이 아닌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스스로 찔러대는 

네 안의 슬픔이 다시는 눈 뜨지 못하게

긴 꿈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듯 내 등에 날개를 그려 넣어야겠어.

그리고  날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