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도 내려오지 않은 새벽 4시 50분,
기다리는 동안 어젯밤 와인을 했던 그 Bar와 Hall에 걸려있던 미술 작품 등을 감상하고
있는데 다이안이 내려왔고, 정문에서는 리무진 택시 기사도 짐을 가지러 들어왔습니다.
폴이 아직 못 일어났나? 어젯밤 많이 피곤했을 거야.
아니, 내가 폴에게 전화해서 깨우고 내려왔으니. 곧 내려 올 거야.
그를 깨우고 내려왔다는 다이안의 말에,
어젯밤 얼마나 마셨고 언제 올라갔느냐를 물으려던 것을 멈춥니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폴이 내려왔고
우리는 예정대로 새벽 5시5분에 공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먼저 오른 내가 조수석에 타고 뒤에 그 두 사람이 탔는데,
조금 후 뒤돌아보니 폴이 다이안 어께에 기댄 채 이미 잠들어 있는 게 보입니다.
다이안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그를 자게 해주자는 사인을 보냅니다.
우리들이 제법 부지런한 편이었는지 많은 이들이 어제 비행기를 놓쳤음에도
하루 중 대낮도 아닌 새벽 다섯 시 반, 공항에는 걱정했던 것 보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먼저 온 사람이 비행기 좌석을 배정받게 된다고는 했어도,
아깝게 럭셔리한 룸의 킹사이즈 베드에서 조금 더 자도 될 것을
너무 일찍 달려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 들 정도였습니다.
수속을 끝낸 지금부터 10시 15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4시간 15분을 기다려야만 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공항에 도착했다가 우리가 타야만 하는 비행기에
기존의 예약된 사람들이 많아 몇 좌석 남지 않았다면
숙박까지 하며 기다린 보람도 없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을 일이니,
일찍 나왔다고 후회할 일은 아니지요.
쓰던 원고를 정리하다 고개를 드니, 어느새 폴과 다이안은
두어 자리씩 맡고 앉아 잠에 빠져 있습니다.
스트레치를 하려 일어선 김에 공항 내라도 운동 겸 걸어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스테이션 앞을 지나는데 항공사 직원과 탑승객이 옥신각신 스케줄을 조절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제야 언뜻 스치는 생각은 심심한데 이미 받은 티켓이라지만 나도 한 번
다른 비행기 스케줄이 가능한지나 알아보자는 마음에 물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시 15분이 아닌,.8시 5분 비행기가 한 대 있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운 좋은 줄 알라며 티켓을 바꿔주던 승무원의 말에 의하면 이제 오직 한 좌석 남았답니다.
그 하나 남은 자리 뺏기지 않으려고 대신 맡아놓을 수도 없는 문제였기에,
난 잠시 폴과 다이안에게 가서 나만 일찍 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다
내 것은 이미 옮겨져서 문제가 없지만 어떻게든 그들 중 한 명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 중 한 명은 같이 갈 수 없으니 10시 15분 비행기로 시애틀을 돌아 세크라멘토를 가야만 하니,
그들 둘 모두에게 이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조금 늦더라도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입니다.
혼자 스타 박스에 들려 모닝 커피를 한 잔 한 후 그들이 자고 있을 자리로 돌아가니,
폴만이 세상모르는 채 잠들어 있습다.
그런데 조금 후 돌아온 다이안이 폴을 흔들어 깨우며 바라보는 나와
방금 잠에서 깨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폴을 향해 말합니다.
아무래도 난 회의 때문에 먼저 출발해야겠어. 폴.
같이 가면 좋겠지만, 이 티켓이 마지막 한 장 남은 거였다고 했어.
미안해서...
뭐라구? 너 먼저 간다구? 아니 일찍 가는 비행기도 자리가 있었던 거야?
그런데 직원들은 왜 우리에게 말 해주지 않은 거야? 어떻게 우리에게는 상의도 없이
지들 마음대로제일 빠른 거라며 10시 비행기 스케줄을 준 거냐구 !
나두 아침 9시에 회의가 있는 사람이구. 너와 함께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했던 사람이야.
하루를 버리게 했으면 무슨 대책을 마련해줬어야 하는 것 아냐? 고작 이런
알라스카 항공인가의 이코노믹 좌석을 주다니. 이 사람들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한 폴은 벌떡 일어나 스테이션으로 달려가서는 한동안 무어라고 따지는 듯 했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던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의자에 몸을 던집니다.
헤이, 폴. 회의를 점심시간에 하기로 미뤘다며? 그러면 됐잖아. 난 11시니까
내리는 대로 바로 달려가면 시간에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나두 너와 함께 가고 싶지만, 하필 마지막 티켓이라니 어떻게 하겠어.
안타깝지만 스케줄이라도 늦출 수 있었으니 다행 아니야?: 그러니 마음 느긋하게 먹고 화우랑 와.
그런 다이안의 말을 뒤로 두고 나는 화장실에라도 가는 듯 스테이션으로 향합니다.
사실 내 입장으로는 한 두 시간 더 지연이 된다고 해도 그들처럼 회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일도 없기에 폴에게 내 좌석을 양보할 수는 없을까 해선데,
중요하다는 미팅도 미팅이지만 막 서로 관심을 가지게 된 그들을
같은 비행기로 가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티켓을 양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확인하기 전에 섣불리 말을 꺼냈다 실망할
수도 있는 일이라 교환이 가능한지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스테이션에서는 내 설명에, 악천후에서의 승객들은 이코노믹이건 퍼스트 클래스건 동등하게
대우 받는 거라며 내가 원하지 않으면 내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특별히 누구를 위해 바꿔주는 일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합니다.
속으로는 직원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너희는 이런 저런 점에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 한다며 수정 해 달라고 조금 더 떼를 쓰자,
결국 내 사정(?)을 참작해 이번만 예외라며 티켓을 수정해 줍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 난 그들에게, 괜찮으니 먼저 타고 가라며 폴에게 대신 네가 가서 그
자리 수속만 하게 홀드 해 놓았다는 경황 설명을 해주자, 몇 초 쯤 걸렸을까...잠시
어리둥절해 할 말을 잊은 듯 바라보기만 하던 폴이 벌떡 일어나 연신 포옹하며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합니다.
시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게이트 앞으로 가라는 내 말에, 일어나던 폴이 내 핸드폰을 뺏어 자신의 넘버를 찍었습니다.
오후에 세크라멘토에 도착하거든 연락해서 뉴왁으로 돌아가기 전인 금요일 밤,
셋이 공항 근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들은 가방을 끌고 가다말고 돌아서서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한 휴 시야에서 사라져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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