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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a story

3. "이런 경우는 없는 거지..."

by HJC 2010. 12. 29.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같은 앞서 내린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스테이션 데스크에 수십 개의 봉투가 나열되어 있어서 다가가서 보니
탑승자들의 이름이 적힌 변경된 스케줄의 새 티켓이었습니다.

그때 한 승무원이 큰 소리로 발표를 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오늘 출발하실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마련해 놓은 자신 이름이 적힌 티켓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뭐, 갈 수 없다고? 아니 그럼 어떻게 하라고? 설마 공항에서 자라는 거? 말두 안돼…….
타기 전 부터 왠지 불안 하더라니... 혼자 이런저런 징크스 끌어 대며 투덜거리는데, 한쪽에서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아는 얼굴들로 뉴왁에서 체크인 할 때

스타벅스에서 같이 커피를 마셨던 폴과 똑같은 가방을 들고 서 있었던 바로 그 여자입니다.
폴도 세크라멘토로 갈 것이기에 저는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말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라니? 이럴 수 있는 거니?"

  "어? 너였구나. "
  "난 세크라멘토 가는데, 넌 어디 가?

  "나두... 그리고 폴이란 친구도.

여자가 폴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폴이 세크라멘토 가는 것은 아까 커피 마실 때 들었어."
  "그렇구나. 이 비행기에 탄 사람 중에 세크라멘토로 가는 사람들이
   우리 포함해서 한 10명쯤 되는 것 같더라구. 그런데 이게 무슨 경우라니..
   우리 도착하는 것 빤히 봤을 텐데 말이야.
   자기네들끼리 연락을 취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잖아.
   매일 이륙 늦게 하다시피 하면서 오늘은 새삼 정시에 출발하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는 이 비행사 이용하지 않을 거야."

 

다이안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우리가 탔던 비행기가 도착한 것을 보고도 이륙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도무지 승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처사라며 어쩔 줄 몰라하는데
언성 높이는 누군가의 소리에 들아 보니, 바로  폴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난 너희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다.
   조금만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곤란한 일에 직면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신들이 우리들의 스케줄을 새로 만드는 작업보다 훨씬 간단한 일이었을 거라고 본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나를 위해 내가 세크라멘토에 갈 수 있도록 다른 경로를 찾아주기 바란다. 
   난, 내일 아침 9시에 여섯 개 회사 사장단들과의 중요한 미팅이 있는 사람이고,
   나를 만나러 모이는 회의인데 내가 빠진다면, 아무것도 성사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차를 렌트해 두세 시간을 달려야 한다고 해도
   난, 오늘 밤에 꼭 세크라멘토에 도착해야 할 사람이다. 도대체 이 미팅이 얼마짜리인줄 아느냐....
   만약 이 트러블로 인해 내 미팅이 엉망 되는 일 생기면, 너희는 무사하지 못하게 될 거다."

  

결국 지금까지 참았던 것이 한계에 달한 듯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폴의 말을 듣다보니,
저와 같이 여행 하는 이가 아닌 비지니스 때문에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바삐 다니는
새삼 다이안이나 폴같은 이들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됩니다.

 

폴은 계속 직원 붙잡고 이야기하는 것으론 해결책이 나올 수 없음을 느꼈는지
갑자기 다 필요 없으니 당장 스테이션 매니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그의 항변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직원이 이내 침착하게 넥타이를 고쳐 매며 말합니다.


 "물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손님을 이해합니다만,
  우리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규정대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저나 이곳 매니저 개인이 조치한 것도 아닌 본부에서 지시 받은 대로 하는 것이니,
  이곳 직원들에게 화를 내시는 손님께 지금 드리는 사과 이상의 다른 말씀 드릴 수 없음이 죄송합니다."


 


 

 

        의기투합하다.


 

기대 이상 당당(?)한 직원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 하자,

다이안이 제 옆구리를 쿡 찌르며 좀 더 지켜보자는 눈짓을 했고,

우리는 마치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의 응원이라도 하듯 폴 뒤에 바짝 다가가 섰습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공항은 방금 비행기를 간발의 차로 놓쳐 버린 새크라멘토가 목적지였던 사람들 빼고는

대부분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거나 또는 미니아 폴리스가 도착지였는지,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공항은 밤의 적막이 찾아온듯 조용해졌습니다.
두어 시간 공항에서 대기 하더라도 다음 비행기를 타고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쉐라톤 호텔이라구?"

누군가의 놀란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무심코 티켓을 손에 쥐고 넘기던 다이안과 저도 동시에 티켓 뒷부분에 달린 쉐라톤 호텔 숙박권을 발견했습니다.
그제야 필요 이상 직원이 당당했던 이유를 알겠다는 듯 우리는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뭐니 이건? 우리 보고 쉐라톤 호텔에서 묵으라는 거야?
  지금 11시 10분인데, 언제 짐 찾고, 호텔은 어떻게 찾아가서,
  몇 시간 자다 아침 8시 비행기 타러 꼭두새벽에 다시 나온다니….. 정말 힘들다…."

 

그렇지? 하며 다이안의 말에 맞장구 치던 전, 스테이션을 마감하고 돌아가려는 직원을 붙잡고 급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짐을 이곳에서 찾아서 나가야 하는 거죠?"

 "날짜도 바뀌고 항공편도 내일은 알라스카 항공으로 바뀌기에
  일단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아서 입니다.
  아래층으로  가셔서 짐 찾으시고, 내일 아침 두어 시간 전에 다시 체크 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투덜거리며 아래층 짐 찾는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는 두 비행기의 짐이 나온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르릉 소리가 나며 레일이 움직임과 동시에 여행 가방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이 거의 짐을 찾아가던 20여분을 기다려도
우리들 짐이 단 한 개도 나오질 않자, 다이안이 염려되는듯 말했습니다.

 

 " 이런 경우는 없는 거야. 아무 것도 가지고 타지 못하게 해서

   꼭 필요한 렌즈 케이스조차도 화장품 백과 함께 큰 가방에 모두 넣었단 말이지.
   현재 이 가방엔 여자에게 필요한 어떤 것도 없다구. 
   난 아이라이너 없으면 안되는데 설마 이 상태로 호텔 가라는 건 아니겠지?
   엎친데 덮닌격으로 끝까지 짐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설마!"

 

내 표정을 읽은 다이안은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긴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로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테러 때문에 작은 샘플 크기 로션 한 개 기내 반입이 허락되지 않으니,

그나마 우리가 가방 속에 지닐 수 있는 물건이란, 다이안의 말처럼 호텔 들어가 샤워 하고

단 몇 시간 눈 붙이다 나오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을 노트북이나 포터블 카피 기계. 수첩 등 뿐이었습니다.

12시간 이상 착용하면 눈이 충혈된다는 그녀에겐, 렌즈를 끼고 잘 수 밖에 없겠다는 난관이 있는 것이고

반바지를 입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 만큼 기내에서 자유롭고 편한 차림인 폴에게는

밤이 깊어 기온이 영하로 급강하 했음에도 얇은 면티 한 장에 슬리퍼의 맨발 차림이니

옷없는 천사 거지가 따로 없습니다.

 

 


"What....?"

 

 

 

그런 상황인데 갑자기 다시 그르릉 하는 소리가 나며 삐-하고 벨이 울리더니, 

짐이 나와야 할 문이 굳게 닫히며 끝내는 소리를 내는 거였습니다.

놀란 우리 셋은 어처구니 없어져 트레일 가장자리에 팔짱을 낀 채 걸터앉고맙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억울하고 분해 참을 수 없어져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 빌어먹을 놈, 망할 놈의 비행사, 끝까지 우리를 기만한 나쁜 놈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구 욕을 해댔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욕에 장단 맞추 듯 같이 그러는 자신의 모습이 코미디 같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잊은 채 사춘기 학생들이 모여 앉아 말도 안 되는 것 가지고

반말 타임과 욕 타임 등을 정해 놓고 떠든 듯한 느낌에 허탈해져, 그만 큰 소리로 웃고 맙니다.

 

 "헤이~! 지금 우리에게 뭐가 문제지? 인생은 열심히 살고 볼 일 아냐>" '

  이미 자정 가까우니 어서 잠이나 자자구. 내일 아침 비행기 타는 것은  'First come first' 일테니
  새벽 다섯 시에 가서 체크인 하면 그나마 또 다시 놓치게 되는 불상사는 겪지 않겠지.
  그런데 이것 좀 봐. 정신 나간 놈들. 아니..식사 쿠폰은 날짜가 몇 분 남지 않은 오늘만이네? 웃긴다. 정말…….

  어쨌든 얼른 가자. 혹 호텔 바에서 이것으로 와인 한 잔씩은 하고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더 마시게 되더라도 레이디들 한테 내가 쏜다!"


한동안 매우 고상한 말(?)만을 하던 폴이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말했습니다.

 

 

 

 

계속...

 

 

 

 

2. "어? 도대체 저 비행기가 왜 움직이는 거야?" view 발행 [2]

Like a story 2010.12.21 08:01

커피를 주문하려고 서 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차례가 되어 커피를 받아들고 돌아서자 좀 전의 그가 제게, 어딜 가는데 아직 이곳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는 너는 하고 물으니, 글쎄 싸크라멘토로 간다..

1. 너두 이 비행기였니? 나두... view 발행 [2]

Like a story 2010.10.20 07:41

말이 씨가된다는 말도 있고 불안함을 떨굴 수가 없었습니다. 디트로이트를 경유해야 하는 모든 노선을 가진 비행기들이 기상 변화로 인해 뜨질 못하고 연기 되었다는 방송이 들립니다. 저는 미니아폴리스로 가는 것이라 괜찮겠지 하면서도 저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