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된다는 말도 있고 불안함을 떨굴 수가 없었습니다.
디트로이트를 경유해야 하는 모든 노선을 가진 비행기들이
기상 변화로 인해 뜨질 못하고 연기 되었다는 방송이 들립니다.
저는 미니아폴리스로 가는 것이라 괜찮겠지 하면서도
저번 필라델피아 갈 때 연착으로 한 번 고생한 적이 있는 지라 불안했습니다.
켈리포니아에 도착하는 시각이 밤 11시고, 경유지에서 갈아 타야 하는 시간이 저녁 7시경이기에,
만약 중간 경유지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당연히 서부의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제 시간에 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항은 제가 타야 할 비행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다른 스케줄 이륙 여부 확인으로 체크인이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들려오는 웅성거림은 잘 들리진 않아도 분명히 무엇인가 뜻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 젓기도하고 돌아서며 찌프리기도 합니다.
바뀌어도 모르게 똑같은 가방이군.
그때 제 왼쪽에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있던 한 남자가 옆줄에서 차례를 기다리고줄 서있던
제 앞 에 있는 여자의 가방을 보며 혼잣말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그 음성의 주인공 보다 먼저
자신의 것과 그 의 가방을 비교한 후 남자를 힐끗 한 번 쳐다 봅니다.
그것이 뭐 대수 겠냐는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제스츄어에
남자 역시 별일이어서 그렇게 말 한 것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립니다.
가운데 서서 듣던 제가 보니, 정말 첩보 영화 같은 것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나란히 세워 두었다가 서로 모르는 사이 바꿔 들고 가기도 할,
똑같이 생긴 삼소나이트 기내 캐리 용 가죽 가방이었습니다.
각자의 옷가방 한 개 씩을 체크인 해서 들여보낸 그들은
예의의 그 구별하지 못하게 생긴 가방을 끌고는 각자의 방향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오케이이니. 출국하는 것엔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매니저로 보이는 나이 많은 직원이 나와서 제 앞사람의 무엇인가 어렵게 꼬인듯한
스케줄을 수습해 준 후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 승객이 사라져 가자, 제 티켓을 확인해 줍니다.
동그란 사인과 함께 눈을 찡긋함으로써,
뒤에서 기다리며 불안한 표정이던 저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지인 동부와 도착지인 서부 두 지점이 괜찮으니,
경유지만 디트로이트 아닌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듯 생각됩니다.
저는 티켓을 받아들고 작은 가방 한 개를 부친 후 검사대를 통과해 게이트를 찾아 들어갑니다.
예전에 캘리포니아에서 필라델피아에 갈 때를 기억해 봅니다.
그 당시 동부에 일어난 허리케인 어어네스토 때문에 도착지인 그곳은 물론,
그곳으로 출발하려던 서부나 중부에서 떠나려던 비행기들의 이륙이 모두 결항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듣는데, 거의 출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보딩 시킬 기색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드는데도 어느 한 사람 질문도 없이 기다리기만 합니다.
때가 되면 어나운스먼트가 있을 거라며 그만큼 신뢰 하는 건가 싶은데,
시간이 20여 분 정도 더 지난 후에야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딜레이되는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경유지인 미니아 폴리스로 떠나려던 비행기가
토네이도나 허리케인, 하다못해 그보다 훨씬 약한 폭우도 아닌
단지 기내의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리클라이너) 두 개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걸 고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문제때문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연결 비행기 시간을 놓치게 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난 경유지인 미니아폴리스에서 싸크라멘토로 갈 비행기 시간에
무리없이 맞출 수는 있는 것인지, 스테이션에 확인하러 갔었습니다.
승무원은 미니아폴리스에 도착 후 다음 비행기 탈 때까지의 여유가 약 두 시간 반은 있으니,
현재 조금 딜레이 되고 있어도 별 문제 없이 갈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륙시간을 넘겨 1시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방송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 참고 잘 기다리는 이라고 해도 연결 편 놓치는 일이 생길 수 있기에 모두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경유지의 연결편의 여유라는 것은 최소한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은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 시간을 이미 출발 전 써버린 사람들은 불분명해진 상황에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다시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드립니다. 많이 기다리시게 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수리를 완벽하게 마치고, 위에서 내려 올 오케이 사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사인만 떨어지면, 바로 보딩 하시게 될 것입니다.
얼른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만 귀찮고 힘들고 지루할,
비행기를 놓쳐 고생하게 되는 일 없을 것이기에 마음만 조리고 있었습니다.
조바심을 내다 보니 갈증이 나 커피라도 마시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아까 앞에서 체크인 수속을 하던 옆 줄 남자와 똑같은 가방을 가지고 있던 여자가
바로 뒤쪽에 앉아있는 거였습니다.
너두 이 비행기였니? 나두....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워 눈웃음을 나누며, 스타박스로 갔습니다.
2007년 미주 중앙일보 칼럼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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