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기내 옆좌석의 청년 (수필) by HJC 2010. 7. 15. 비행기 안에서 잠 한 숨 자지 못하는 난, 다리가 저리지 않도록 스트레치를 위해 자주 일어나는 편이기에 깜빡 잊고 체크하지 않아 창가로 배치된 보딩 패스 자리를 보며 내심 불편해 하는 중이었다. 자리를 찾아가니 그나마 오직 두 좌석만이 붙은 곳이기에 조금 안도한다. 설사 내가 자주 일어나더라도 한 사람만 움직이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레게 머리를 한 청년이 동경에서부터 동행하게 되었는데 나를 보자 부탁도 하기 전 벌떡 일어나 무거운 피기 백을 위로 올려 넣어준다, 한 이십대 중반 쯤 되었을까, 그런 그 청년이 고마워 인사를 나누는데 인물이 보통이 아니다, 속으로는 그보다 사실 더 낫다 생각 할 만큼 거의, 브레드 피트다. 내가 그 배우 인물이나 분위기 등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둘만 오붓하게 앉는 좌석의 내 옆자리 청년이 더 낫다고 주장할 만큼 속으로는 나도 모르게 무조건 배우 수업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절로 들 정도로 청년 인물이 출중하더라는 것이겠다. 또, 모르지. 배우는 배운데 연기를 못해서 엑스트라, 혹은 단역만 하다 그친 것인지도.. ...하지만 사실 세계의 유명한 배우들이 얼마나 피나는 훈련과 재능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거쳐 인정받게 되는 것인가를 안다면, 보기에만 멋지다고 배우가 되었다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함부로 라고 느껴질 만큼 그 분야 사람들에게는 예의가 없는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아무튼 모든 사물의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면 절로 시선이 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고그래 이 청년에게 눈길 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리... ... 헌데 문제가 생겼다. 내 아이들과 엇비슷한 나이의 이 잘 생기고 체격도 멋진 청년으로부터 매우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는 거였다. 간혹 여행 중 좁은 실내 공간이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외국인들에게 흔치 않게 나는 그러한 냄새가 있긴 해도 사실 요즘은 그런 경우도 예전처럼 흔하지는 않은 편이다. 모두 샤워 후 디오더런트나 바디 스프레이들을 사용하여남을 불편하게하지 않고자 노력들 하는 것이 기본이 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었다 해도 장시간은 참기 힘들 텐데 이 잘생긴 청년으로부터는 그 냄새도 아닌, 마치 오랫동안 샤워를 하지 않은 듯 악취가 나는 거였다. 그의 두껍게 땋아 내린 노끈 같은 레게머리나 나중 도착해서 내릴 때야 보게 된 아주 낡은 배낭과 그리고 책을 들고 읽던 그의 손목의 팔찌 등을 보며 샌프란시스코 pier 39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집시를 떠올렸었는데, 그도 그들과 같은 집시라면 몸에서 냄새가 좀 난다 해도 하등 이상할 일 아닌 셈이 된다. 비행 내내 충분히 닿을만한 거리인데도 스튜어디스가 주는 음료수나 식사를 마치 보호자처럼 냉큼 받아 내 트레이에 놓아주는 그 청년의 친절함이, 날 나이 든 여자를 대접해주는 친절로 받아들여져 배부르게(?) 섭섭해지려 한다. 어쩌랴...인간의 나이에 대한 채널 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에 풀죽기보다는 그래도 청년을 아름답다고 훔쳐보면서도 그 옆에 내가 아닌 비슷한 또래의 딸 아이들 생각을 하는 걸 보면...아무래도 나, 다른 친구들처럼 할머니 되어가는 걸음마를 떼고 있는 게다. 그런데 어쩌면 좋단말인가? 아무리 눈을 감고 잠을 좀 청해보려 해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드는 것이 단순한 그동안의 습관 때문만은 아닌 그 위로 막을 수 없이 넘어오는 장시간 지속되는 악취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급기야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태평양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를 지날 즈음 까지의 짧지 않은 시간을 그 청년 곁에 앉아 보낼 수밖에 없던 나는, 한숨자지 못하고 도착하는 건 마찬가지였을 거면서도배로 피곤을 느끼며 지쳐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모든 피곤함을 잊게 해주는 가슴 뛸 일이 벌어진 것이다. Sierra Nevada Ranger by Haejeong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로 내려가는 길, 무심코 열고 내려다 본 하늘의 뭉게구름 떠 있던 풍경에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시야가 열리며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담은 그 모습들을 엮어 만든 슬라이드다. 마침내 땅에 비행기의 바퀴가 지상에 닿았고 밸트 사인의 불이 꺼지자 모두들 일어나 자신의 짐들을 꺼내려 일어섰다. 그런데 이 청년, 먼저 내 가방부터 아래로 내려준다. 이런 친절이 있나...결코 냄새를 탓할 수 없는 여전한 아름다움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물으니, 다시 알라스카로 간다나... 인사 후 비행기를 갈아타려 한동안 앞서 걷는 청년 뒤에서 공항 출구를 향해 걸으며 오랜 세월 사용했을 법한 등에 맨 커다랗고 낡은 청년의 배낭을 보자 지금까지 그가 거쳐온 곳과 앞으로 그가 보낼 긴 여정에 대한 상상이 피어오르며 갑자기 어디에선가 티벳의 고원을 달리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었다. 데이비스에 도착해 아이에게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곤 포토샵도 하지 않은 산맥들의 빛과 각도에 따른 신비한 색의 변화를 보며 부담없는(?) 추측을 했었는데나중에 라구나로 내려와 아파트 주인 먼티에게 보여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이라고 서두를 달면서도 시작한 먼티는이곳은 몬트레이고 또 이곳은 어디고... 라며, 설명이 줄줄이 사탕이다. 설명을 그자리에서 바로 받아 적기엔 분량이 만만찮아 관뒀지만, 그의 디테일한 추측은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60년을 넘게 살아서만은 아닌, 스키 선생으로 때만 되면 높은 산을 누비다 보니 당연하게 산맥에 관심이 많아서일 듯 하다. 아무튼 이제야 라구나 비치에 도착해 자리가 좀 잡히는 듯 하고 7월의 날씨가 어울리지도 않게 30도 넘어가 헉헉 거리며 떠나온 한국에서 바통이라도 이어받은 듯 때 아닌 찜통 더위로 뜨거운 동부 쪽보다 엄청 쌀쌀한 탓에 수영이나 썬 탠 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그래 어제 휴일 아침엔 이곳 라구나 비치에 내려와 처음으로 바다 대신에 제대로 된 라구나 캐니언 하이킹을 다녀왔다. 그러며 한가로운 오후, 여행 중이라 아쉬워도 너무도 아름답다며 급하게 사진만 올렸던 산맥 사진 포스팅의 배경에 대해 적기 시작했는데, 결국, 그 아름다움을 보기 전까지의 전혀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인내 옆좌석에 앉았던 잘생긴 청년에 대해서만 훔치듯 찍은 사진 한 장과 함께 풀며 내놓고 주책을 떤 셈이 되었다. 아주 드물게 거치적거릴 구름 한 점 없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위에서 언급한 진정한 아름다움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사진들이다. 혹, 볼 기회 없었던 분들은 2010 Laguna Smmer 폴더에서 한 번 찾아보셔도 좋겠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설렘이 이끄는 생 '★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 > Like everyday life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싶은 얼굴 (0) 2010.08.02 새벽 4시, La Boheme을 듣다 (0) 2010.07.31 최면술사!. (0) 2010.05.31 피자 맛, 통닭 맛. (0) 2010.05.26 아직 한창 사춘기였던, (0) 2010.04.26 관련글 보고싶은 얼굴 새벽 4시, La Boheme을 듣다 최면술사!. 피자 맛, 통닭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