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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최면술사!.

by HJC 2010. 5. 31.

 

 


                              


최면술사 Hypnotist!                   

 

 




이야기 하나 

 

 "당신은 수영장의 안전을 지키는 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라이프 가드 입니다. 그런데 저기서 수영하는 저 남자가 이 풀 안에다가 소변보는 걸 발견한 겁니다. 내가 "WATER~! " 하고 외치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 다가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 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다시 "WATER~!" 라고 외치면 제 자리로 돌아가서 조용히 앉으세요.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WATER~!"

최면술사가 그렇게 말하자 JIM은 벌떡 일어나 어떤 남학생 앞으로 다가가며 소릴 지릅니다. 

 

"당신 지금 이 풀 안에다 오줌을 눴죠? 당장 밖으로 나와요."

 

JIM이 그 학생을 끌고 나오며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죠? 난 이 세상 최고의 라이프 가드입니다."

 

그때 최면술사가 다가가서는 지나가는 사람인 양 시치미 뗀 채 궁금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실례합니다. 이 남자가 도대체 무얼 잘못 했나요? "

 

"내 참,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라이프 가드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내가 보고 있는 이 앞에서 풀 안에 실례를 하지 뭡니까?“

 

오로지 그의 뇌리 속에 지금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로 "Best life-guard in the whole world" 라는 생각 밖에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에 나오는 말인 것입니다. 이즈음에서 최면술사가 다시 "WATER~!" 를 외쳤고 그는 마치 좀 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좀 둔 후 다시 그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먼저와 같이 최면을 걸었는데, 믿을 수 없게도 눈을 뜨라는 명령어를 듣자마자 JIM은 다시 아까 그 남학생에게로 달려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팔을 잡아끌고 스테이지로 데리고 올라오는 겁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최면술사는 그를 제자리로 돌려보낸 뒤, 이번엔 세 번째로 두 번이나 끌려 나왔던 남학생의 자리를 반대편으로 바꿉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기억했을 확률도 생각해서였습니다. 다시 "WATER~!" 하며 최면을 걸자, 동급생이라고는 해도 평상시 JIM은 그 학생은 전혀 모르는 사이었다는데 신기하게도 세 번째 최면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도 다가간 사람은 600명 중 딱 한 명인 바로 그 동급생, 즉 반대편으로 자릴 옮겨 앉았던 바로 그 남학생이었던 겁니다. 이런 것을 보면, 원하든 하지 않던 간에 연결된 보이지 않는 끈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인연이라 불리겠으나 아닐 때, 즉 악연일 때에는 피할 수 없는 불행을 일으키고 말 거라는 생각에 섬뜩합니다.

 



 

 

이야기 둘 

 

 "여러분은 모두 다섯 살의 어린 아이입니다. 지금 여러분 눈에 나는 보이지 않고 오직 둥글게 둘러앉은 스무 명의 친구들만 보입니다. 그리고 내가 "클릭! 이라 외치면 여러분 모두는 자신의 다섯 살 적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설명한 그가 클릭을 외쳤고 둘러앉았던 학생들은 눈을 감은 채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의자를 흔드는 학생, 옆에 앉은 아이 옆구리를 찌르며 뭔가 혼잣말을 하는 학생 등...여러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최면술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자, 지금 여러분은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어떤 기분이죠?"

 

다시 클릭 소리가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 학생들은 갑자기 신이 나는 듯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슬리퍼를 벗어들고는 무대자리로 마련된 한가운데로 나와 끝에서 끝으로 뛰어 갔다 왔다 왕복달리기를 하듯 달리더니, 입으로는 장난감 비행기를 날리는지 쉬 쉬~~ 소리를 내는 겁니다. 이런 것을 보면 어느 나라건 어린 아이들의 상상 속 세계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평소 성격이 탐 보이 같은 LAURAN이 자신의 운동화 한 짝을 벗어들고 벌떡 일어나 비행기 날리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던 그 학생에게 다가갑니다. 모두 그녀를 바라보는데, 지금의 육중한 그녀의 몸과는 달리 매우 앳된 어린 아이 음성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에게 말을 거는 거였습니다. 

 

"너, 그거 내 것과 그 비행기 바꾸지 않을래?"  

 

미국 애들은 원래 친구 간에 는 이거 나랑 trade 할래? 라며 바꿔서 가지고 놀자는 말을 잘합니다. 때로는 진짜 자전거와 장난감 보트를 바꿔와 부모 속을 태우게 하기도 하고, 손에 쥔 20불을 1불짜리 야구 카드와 바꿔버리기도 하는.. 아이들에게 실제 가치라는 것은 머릿속에서 잘 계산 되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걸 가지고 놀고 싶어지면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빌려달라고 하기 보다는 내 것과 바꾸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으로 아이들에게는 대화를 통한 맞교환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게 되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그녀의 그런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동급생들은, 제일 먼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걸 망설임 없이 찾아 나선 친구의 행동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뼉을 칩니다. 그렇지만 어린 아이가 된 그들에게는, 자신 말고는 다른 이들이 보이지 않기에 여전히 노래 부르고 춤을 추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뛰어 놉니다. 잠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던 최면술사는,  

 

"여러분에게 내가 다시 "클릭!"이라고 말하면, 여기 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것만 보이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이번엔 구경하고 있던 휠체어에 앉은 작은 소녀에게 다가가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은 다음, 그 소녀를 번쩍 안아들고 스테이지로 올라갑니다. 그러자 한 명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고 모든 학생들이 우우...감탄하기 시작합니다. 

 

"COOL~~~! 난다! 날아다녀!"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처럼 볼까지 발그스름하게 상기되어 마치 하늘 높이 소녀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제 자리에서 깡충깡충 뜁니다. 보고 있던 최면술사는 잠시 그들을 멈추게 하더니 말합니다. 

 

"지금은 여러분 모두 각각 세발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발자전거가 어찌나 빠른지.... 워~~워~~시속 100마일로 달려가고 있군요. 클릭~! "

 

멈춰 서 있던 학생들은 눈을 뜨자마자 어정쩡하게 세발자전거를 탄 포즈를 취하거나 환호를 지릅니다. 롤러 코스트라도 탄 듯 입이 귀까지 찢어지도록 즐거워하는가 하면 어지러움에 질끈 눈 감은 채 울상인 학생 등.... 참으로 다양한 반응들을 보입니다. 그들이 어린 시절 정말 그렇게 했을 거라 생각해보니 정말 똑같을 것 같다며 구경하는 동급생들은 매우 재미있어 합니다. 바로 그때 최면술사가 갑자기 큰소리로 지금 당장 자전거를 멈추라고 명령하며 뒤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옵니다.

 

“자, 지금부터 나는 경찰 입니다. 클릭~!"

 

세발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겁에 질려 일그러집니다.

자전거도 없이도 자전거를 타는 포즈로 자전거를 타던 학생들은 경찰이 무서워 고개도 돌리지 못합니다.

 

"너, 속도위반이다. 왜 이렇게 속력을 낸 거지?"

 

어떤 학생을 다구치자, "I don't know....... " 하며 그만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마치 자신이 그들 입장이라도 된 듯 보고 있던 친구들도 안타까워 헙니다. 사실 아무 죄 없이도 경찰차가 나타나 세우면 겁부터 나는, 이렇게 미국에서의 경찰은 다른 국가보다 그 권한이 강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서는 많은 종류의 재미있는 답변이 나왔지만 그 중 한 가지 대답이 큰 히트를 쳤는데, 그 답변은 평소 재학 중에도 학교 수업시간을 제대로 맞춰 들어오는 적이 거의 없던, 누가 뭐라 해도 듣지 않고 자신이 하고픈 대로 하는 걸로 알려진 학생의 것이었습니다. 선생님들도 그 학생이 학교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학교 친구들 간에 인기 있던 선생님 한 분이 나오셔서 최면술사에게 뭔가를 속삭이시는 겁니다. 그러자 최면술사는 겁에 질려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그 문제의 학생에게 다가가 거칠게 물었습니다.

 

"너, 뭐야, 이렇게 빨리 달려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엉? "

 

그러자 이 꼬마 학생의 얼굴에 몇 초인가 당황의 빛이 역력한가 싶더니, 울상이 되어 이렇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 ...........사실은 지금 울 엄마가 많이 아파요....제 동생을 낳고 있거든요.... " 

 

그런데 그 대답이란 것이 겨우 다섯 살 박이 아이가 세발자전거를 마구 달리다 속도위반으로 걸린 상황에서, 그리고 그것도 거칠게 나오는 무서운 경찰 앞에서 꾸며 낼 수 있는 것이 아닐만큼 기발했기에, 울상인 척 하는 꼬마인 그 친구를 바라보며 학생들은 모두 끝나는 시간까지 배꼽 잡는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다섯 살 된 남학생의 거짓 표정과 그럴 듯한 행동에 최면술사도 더는 진행을 못 할 정도로 웃고 합니다. 그래 그 친구는 무대로 나와 응해주었던 20명 학생 중에서 단연 '엉뚱 재치 상'으로 1등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울 엄마가 아파요. 동생을 낳고 있거든요.”는 학교에 지각한 학생들이 한 번만 봐달라는 애교로 사용될 정도로 유행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에필로그 :

이상은 몇 년 전 아이의 고교 졸업식 날 식이 끝난 후의 파티에

초대 손님으로 방문했던 유명한 최면술사와의 이야기를 토대로 적어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