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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a story

Twilight Zone의 끝방/ 화우

by HJC 2009. 12. 6.

  

    Quai de Bercy - Chagall 1953年


Twilight Zone의 끝 방

 

 

 

 

 

 

어릴 때, 흑백으로 나오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나 Twilight Zone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집 안 어디에선가 우리는 주인공인 그를 바라보고 있지요. "누구 없어요...아무도 없나요……." 그렇게 문 앞에 서서 주인을 부르던 그가 조용히 문고리를 잠은 손에 힘을 주고, 그 문이 소리 없이 열리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보통 이야기는 시작되곤 해요. 낯선 이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다 2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깨끗이 정돈 된 응접실을 돌아보며 부엌 쪽을 향해 가다 말고 고개를 돌려 층계 위쪽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무슨 호기심은 그리도 많은지 올려다보다 조용하게 층계에 발을 딛어요. 난, 그 주거침입이 이해되질 않지만, 가만히 보기나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일체 입을 다물어야 해요. 낯선 침입자가 층계를 올라가는 부분부터는 이미 무서움에 두 손 꽉 쥐고 두 다리를 모두 다 못해 두 팔로 감싸 며 웅크리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소린 절대 내지 않아요. 무섭다고도 하지 않고요. 2층엔 주로 방이 세 개정도 있는데, 한국 미스터리 영화와는 다르게 무조건 칠흑 같은 어둠도 머리카락이 쭈삣 서게 하는 침침한 기운이 한껏 흐르는 배경음악 같은 것도 없어요. 그저 아무 것도, 하얗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만을 보여줄 뿐이죠. 그런데 그 이상한 소리는 계속 들리고 침입자는 마치 소리에 줄이라도 달려있어 그 줄을 잡고 따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다시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비명이나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겁도 없이 3층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죠. 그리곤 그 다락방 문고리를 돌리는데, 언제나 유혹은 쉬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삐거덕 소릴 내며 문이 예상대로 열리며 실내를 반쯤 보여주지요. 문 안에는, 아니 그 문 안을 통해 보이는 Twilight Zone에는, 대부분 이미 집이 아니에요. 너른 초원의 낯선 배경이 펼쳐지기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잊고 지내던 이들 혹은 자신과 아주 가깝던 이들의 짐작도 못하던 모습을, 자신이 제 3자나 투명인간이 되어 바라보게 되는 거죠.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과 배경을 뛰어넘어 자신의 모습을 그들 가운데에서 발견하기도 해요. 그 후 이야기 전개는 무엇인가 사건을 일으킴으로 수백 개의 경우를 만들 수 있지만, 말하고자 함은 딱 여기까지만이지요. 그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거나 흡수 되어갈 입구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까지만이예요. 이렇게 우리 모두는, 누구나가 가슴 깊은 곳에 Twilight Zone과 같은 곳을 가지고 있지요. 뭐랄까. 가슴속 마지막 끝 방 같은 거요. 문을 열고 침입해 조심스럽게 한 발 또 한 발 이끌려 3층까지 올라갔던 그가, 사실은 이방인이 아닌 그 집의 주인이고, 그곳은 밖에서 들여다보며 자신의 내면으로 통하게 되는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는 의미예요. 난 가끔. 타인의 그러한 곳을 어둠조차 익숙한 듯 더듬어요. 마치 Twilight Zone이라는 드라마 속의 그가 된 듯, 어떤 두려운 상태에서도, 그곳까지 갈 용기는 지니고 있다고 다독이면서 말예요. 그런데 그렇게 더듬어 방문을 열면, 일어나 기지개를 켜듯 쏟아져 나오는 어두워서 어둠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 미지의 어둠을 만나게 되죠. 그때부터는 더 이상 Twilight Zone이 아닌 기억을 더듬다 어느 순간 확연하게 그 방안의 모든 과거를 연상하듯 기억하게 되는 거예요, 망설임 없이 곧장 방 중간을 향해 걸어가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진, 가끔은 빛을 필요로 하는 사각 쪽문을 활짝 열어 젖혀요. 바람 한 줌이 기다렸다는 듯 들어와 몸에 부딪히며 굴절되어 사라져가는 곳으로 시선을 딸려 보내다 보면, 그 바람 뒤 숨어들어온 빛 한 칸이 오도카니 앉아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그제야 비로소 환하게 방안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이 골방에는 그 빛에 투영되어 예뻐 보일만한 빈 화병이나 앙증맞은 찻잔 한 세트 없이, 다만 오래 전에 빨아 널어놓은 마른 걸레가 꾸득 거리는 표정으로 앉아 있어요. 그 걸레를 적셔 요술지우개처럼 지저분해진 이곳저곳을 닦아요. 그렇게 자신의 아픔도 서러움도 욕망도 닦아요. 얼마간은 잊고 살아도 괜찮겠다며 사각 쪽문은 침묵할 것을 약속하며 닫혀요. 많은 아픔과 기다림을 지니고 살며 어둠을 지키는 어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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