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는 내가, 나도 궁금해...
華雨 (그림으로 엮은 글)
생각해 보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겠니.
애당초 그것은 어느 누구 때문이 아니었다구 봐.
넌, 많이 바빴고 나 역시 많이 바빠 보여도
그보다는 더 큰 외로움을 타느라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
백번 눌러도 부재중이면 통화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 처럼백 번 생각해도 문자 한 번 보내지 않고
화장실에 가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 채 들고 다니는 것은,
응. 그래서였을 거야.
우리가 서로를 남친과 여친이라 부르며 반말을 트고 부터는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어도 문자로는 하루 한 번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었지.
어느새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함박눈 펑펑 내리던 겨울 즈음이고,
스스럼없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 두 사람 중
오직 나만이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한창 진달래가 온 천지를 진분홍 가루처럼 물들이기 시작한 바로 그 즈음 부터였을 거야.
그러면 그런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시기까지 챙기듯 돌아보는가 싶지만
글쎄....점심시간 회사 앞 분수대 층계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은 뒤
오수의 햇볕을 즐기며 신문을 읽다 무심코 옆쪽 연인들을 보자,
갑자기 그날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라면, 말 ...되나...
아직도 난 언제든 내 첫사랑을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사랑에 대해서도 여자에 대해서도 이미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이는 네게 촌스럽게 보이기 싫어
없는 사랑 만들어 은근히 으스대며 내가 말했을 때였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심심한 듯 내 손을 조몰락거리던 네가
갑자기 오른팔로 내 어깨를 감싸며 손을 가져다 내 가슴에 얹었던 것은.
3초 안에 두근거려 봐.....
치..니가 이렇게 숨을 못 쉬게 하는데 되니…그리구 아무나에게 되, 그게? .
뭐든 이런 식으로 능숙한 척 하는 나에 대해 너는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사실, 스물네 살이 된 지금까지도 사랑이란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아니 서로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차 잘 모른다는 거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팔을 내리며 딴청을 피웠고, 잠깐이지만, 네 손의 따뜻함을 느꼈어.
그때 내게 전달되던 느낌은 뭐랄까....
색으로 하자면 브라운 계열로 남자라던가 애인이라던가. 그런 이름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어디로인가 내쳐진 나를 보듬어 구해주듯 안심되는 흙 색깔 같은,
넌 내게, 바로 그런 느낌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데 네가 방송에 나가기 시작하게 되고부터는 만날 시간도 없어졌던 거지.
게다가 아직은 연인도 그렇다고 엄청 가까운 친구사이도 되어본 적 없는 우리가,
아니 내가, 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좋지 않은 소문 듣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어이 마음에 궁금한 사람이기 보다는, 우선 걱정되는 사람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거야.
그 걱정이 잠시 잠깐씩...그러다 조금씩 자주,
어느 진달래 화창하게 핀 봄날의 24시를 마감할 즈음인 시각 문자가 오고,
늘 처음은 네 특유의 그 존댓말 그렇게 시작했었어.
잘 지내십니까....
어디서 모해 이 시각?
대학 동창 모임.
또 술? 암튼 넌.... 걱정거리야.
남친은 원래 다 걱정거리다. ㅋ
그래? 그렇다면.... 굳이 그런 남친 필요 없다네. ..
라고 조금은 시큰둥한 척 예민하게 대답 하며 내가 왜 이러는 걸까...하기 보다는, 그저,
일 하다 동료들과 다투지 말지.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무시하지 좀 말지.
스물네 살 난 남자가 맨날 사고나 치고 다니구
그리 성격 급하고 못 참아 앞으로 어찌 살아가려구.
세상 비리다면서 그 비린 세상에 매일 체이는 건 뭔데...아니, 너?
네 그 예의 이 세상 속물들과 맞장 뜨겠다는 마음은
개성이 강해서두 혼자 똑똑해서도 아닌, 그저 참을성이 없어서일 뿐이라는 걸.
그리구 종일 뭐 하구 있다가 자정 가까워진 시간,
그것도 밖에서 술 마시다 노래방에서 놀며 문자 보내는 건데...
얼마나 많은 여친 있어봐서, 남친은 다 걱정거리라고 믿.어.지.게 말하는 건데...철딱서니 하곤!
뭐, 어째도 소식 없는 것 보다는 문자라도 와 준 것이 고마운지라
대강 이렇게 말하고픈 걸 꾹 누르고 한 마디 한다는 것이 그만,
그런 남친 키울 필요 없겠네.
했던 것 같은데...그 후로 넌, 내게 연락을 끊고 있는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물론 먼저 문자를 해보지 않은 난, 손이 더 안으로만 곱아 들고,
친구들 통해 들으니 무슨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또 경찰서에 불려갓다고도 들리고
제대로 알 수 있는 그 어떤 소식도 없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고... ...
그럼에도 그 모든 소문의 진상이 무엇이든 너에게 듣기 전에는 믿지 않기로 했어.
아니 진상이 어떻건 너의 일이니, 설사 니가 엉터리고 틀렸다고 할지라도
난, 아마도 옳고 그름의 세상기준으로 널 판단하며 바라보진 않겠지.
알고 있듯 난, 니가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여친이잖아.
그런데 너, 이런 날 두고 설마 그날 밤 그 한 마디에 삐져서 돌아선 건 아니겠지?
이제는 이러는 내가, 나도 궁금해.
어찌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지도 모르고 남들 다 해본 사랑 한 번 못 해봤지만,
갑자기 한 여름 온 듯 더워져서인지
뭔지 모르게 요즘은,
그렇더라.
푸른 하늘을 봐도 종일 가슴 한 쪽 콱 막힌 듯,
그저 답답하더라...
글 華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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