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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a story

이러는 내가, 나도 궁금해.

by HJC 2009. 11. 24.

 


 

                                                                                           

 





 

이러는 내가, 나도 궁금해...    




                               華雨 (그림으로 엮은 글)



 

생각해 보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겠니.

애당초 그것은 어느 누구 때문이 아니었다구 봐.

넌, 많이 바빴고 나 역시 많이 바빠 보여도

그보다는 더 큰 외로움을 타느라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



백번 눌러도 부재중이면 통화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 처럼

백 번 생각해도 문자 한 번 보내지 않고

화장실에 가면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 채 들고 다니는 것은,

응. 그래서였을 거야.

우리가 서로를 남친과 여친이라 부르며 반말을 트고 부터는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어도 문자로는 하루 한 번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었지.

 

어느새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함박눈 펑펑 내리던 겨울 즈음이고,

스스럼없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 두 사람 중

오직 나만이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한창 진달래가 온 천지를 진분홍 가루처럼 물들이기 시작한 바로 그 즈음 부터였을 거야.

그러면 그런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시기까지 챙기듯 돌아보는가 싶지만 

글쎄....점심시간 회사 앞 분수대 층계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은 뒤

오수의 햇볕을 즐기며 신문을 읽다 무심코 옆쪽 연인들을 보자,

갑자기 그날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라면, 말 ...되나...

아직도 난 언제든 내 첫사랑을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사랑에 대해서도 여자에 대해서도 이미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이는 네게 촌스럽게 보이기 싫어

없는 사랑 만들어 은근히 으스대며 내가 말했을 때였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심심한 듯 내 손을 조몰락거리던 네가

갑자기 오른팔로 내 어깨를 감싸며 손을 가져다 내 가슴에 얹었던 것은.

 

3초 안에 두근거려 봐.....

 

치..니가 이렇게 숨을 못 쉬게 하는데 되니…그리구 아무나에게 되, 그게? .

 

뭐든 이런 식으로 능숙한 척 하는 나에 대해 너는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사실, 스물네 살이 된 지금까지도 사랑이란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아니 서로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차 잘 모른다는 거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팔을 내리며 딴청을 피웠고, 잠깐이지만, 네 손의 따뜻함을 느꼈어.

 

그때 내게 전달되던 느낌은 뭐랄까....

색으로 하자면 브라운 계열로 남자라던가 애인이라던가. 그런 이름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어디로인가 내쳐진 나를 보듬어 구해주듯 안심되는 흙 색깔 같은,

넌 내게, 바로 그런 느낌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데 네가 방송에 나가기 시작하게 되고부터는 만날 시간도 없어졌던 거지.

게다가 아직은 연인도 그렇다고 엄청 가까운 친구사이도 되어본 적 없는 우리가,

아니 내가, 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좋지 않은 소문 듣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어이 마음에 궁금한 사람이기 보다는, 우선 걱정되는 사람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거야.

그 걱정이 잠시 잠깐씩...그러다 조금씩 자주,

어느 진달래 화창하게 핀 봄날의  24시를 마감할 즈음인 시각 문자가 오고,

늘 처음은 네 특유의 그 존댓말 그렇게 시작했었어. 

 

잘 지내십니까....

 

어디서 모해 이 시각?

 

대학 동창 모임.

 

또 술? 암튼 넌.... 걱정거리야.

 

남친은 원래 다 걱정거리다. ㅋ

 

그래? 그렇다면.... 굳이 그런 남친 필요 없다네. ..

 

 

라고 조금은 시큰둥한 척 예민하게 대답 하며 내가 왜 이러는 걸까...하기 보다는, 그저,


일 하다 동료들과 다투지 말지.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무시하지 좀 말지.

스물네 살 난 남자가 맨날 사고나 치고 다니구

그리 성격 급하고 못 참아  앞으로 어찌 살아가려구.

세상 비리다면서 그 비린 세상에 매일 체이는 건 뭔데...아니, 너? 

네 그 예의 이 세상 속물들과 맞장 뜨겠다는 마음은

개성이 강해서두 혼자 똑똑해서도 아닌, 그저 참을성이 없어서일 뿐이라는 걸.

그리구 종일 뭐 하구 있다가 자정 가까워진 시간,

그것도 밖에서 술 마시다 노래방에서 놀며 문자 보내는 건데...

얼마나 많은 여친 있어봐서, 남친은 다 걱정거리라고 믿.어.지.게 말하는 건데...철딱서니 하곤!


뭐, 어째도 소식 없는 것 보다는 문자라도 와 준 것이  고마운지라

대강 이렇게 말하고픈 걸 꾹 누르고 한 마디 한다는 것이 그만,

그런 남친 키울 필요 없겠네.

했던 것 같은데...그 후로 넌, 내게 연락을 끊고 있는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물론 먼저 문자를 해보지 않은 난,  손이 더 안으로만 곱아 들고,

친구들 통해 들으니 무슨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또 경찰서에 불려갓다고도 들리고

제대로 알 수 있는 그 어떤 소식도 없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고... ...

 

그럼에도 그 모든 소문의 진상이 무엇이든 너에게 듣기 전에는 믿지 않기로 했어.

아니 진상이 어떻건 너의 일이니, 설사 니가 엉터리고 틀렸다고 할지라도

난,  아마도 옳고 그름의 세상기준으로 널 판단하며 바라보진 않겠지.

알고 있듯 난, 니가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여친이잖아.

그런데 너, 이런 날 두고 설마 그날 밤 그 한 마디에 삐져서 돌아선 건 아니겠지?


이제는 이러는 내가, 나도 궁금해.

 

어찌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지도 모르고 남들 다 해본 사랑 한 번 못 해봤지만,

갑자기 한 여름 온 듯 더워져서인지 

뭔지 모르게 요즘은, 

그렇더라.

푸른 하늘을 봐도 종일 가슴 한 쪽 콱 막힌 듯, 

그저 답답하더라...


 

글 華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