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어제 시장에서 본 술빵 생각이 났다.
아니 뭐,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몇 번이고 들었었지만,
한국에 온 후 약 2년 후부터는 매일 굽던 밥과 같던 일상의 빵 굽는 일을 그만두다 보니,
그것도 습관이라고 좀처럼 다시 빵을 굽겠다고 싱크대 위에 재료를 벌리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술 빵이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아마도 여행을 하며 비엔 남이라는 나라 안에서도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멕시코 등
더불어 다른 나라 음식도 적지 않게 찾아서 먹었기에 새로운 것이 먹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한국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모든 음식을 즐기면서도
비엔 남을 다니며 단 한 번도 속이 안 좋거나 특정한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그리 낫도나 미소, 가쯔오부시도 잘 먹으면서 무슨 입가심처럼 김치를 상에 빼지 않고 놓았고,
미국에서는 워낙 각 나라 음식이 많은 나라라 이것저것 먹으면서도
집에 한 두 포기 씩 담은 김치 2, 3 종류는 떨어뜨리고 지낸 적 없이 하루 한 끼 밥이어도 상에는 올렸었다.
아마도 라면이나 스파게티, 칼국수를 먹을 때 가장 많이 먹었을 듯 하지만,
늘 반찬으로 올랐기에 괜찮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아무리 한국에서 살며 매일 먹던 김치고,
정말 맛난 김치 담그시는 분을 엄마로 둔 덕에 그 맛을 죽음이라고 표현할 만큼 맛나게 먹었으면서도,
다른 나라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그곳 음식 즐기느라 우리나라 맛이라는 것 자체를 잊고 지낸다는 것을 알았다.
편리하게 어디에서든 그곳 음식에 빠르게 적응하는 입맛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후문 앞 슈퍼에서 생막걸리 한 병을 사는데,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며 뒤늦게 한 병 값이 천 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참 싸구나...
두 컵의 막걸리를 빵 반죽으로 붓고 나니 그 반이 남는다
넣어두었다가 또 쓰지 하다, 같은 음식을 뭐 한다고 금세 또 만들까 싶기도 하고
아까 대낮이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걱정 되어 교수님 부부와의 삼청동 수제비집 식사에 나온 동동주를 거절한 생각도 나서,
11시 가까운 시간이니 얼굴 붉어지면 어떠랴 싶어 마시고 잤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발효된 빵을 찜 기에 쪄서 아침식사로 먹으니,
바로 다시 한 번 더 반죽할 수 있었는데 그 두 잔 괜히 마셔버렸구나 싶다.
담백한 간식으로도, 아침으로도 적당한듯 하다
조금 띄었다가 다시 한 병을 사게 되면, 그때는 아예 다 붓고 두 배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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