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침식사를 맛나게 하며 그 식당 주인에게 들으니
다른 곳은 가지 않더라도 이곳은 가 봐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도 물때가 맞지 않아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곳,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아 파도에 휩쓸리거나 바위에 내린 살얼음 때문에 바다로 미끄러질까봐서도 수시로 닫기도 하는 곳,
그곳이 오늘은, 나를 위해 푸른 하늘과 잔잔한 파도로 열려 있다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 안개가 물 흐르듯 내려오며 산방산을 덮고 있는 아스라한 배경으로
잘 찍지도 않는 셀카라는 것을 찍어 봅니다.
오늘은 위에 설명한 그 용머리해안을 보러 내려갑니다.
아마 예전에도 잘 몰랐거나 물때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입장료 천원을 내자 헬멧을 쓰라는데
얼마 전 폭우가 내릴 적에 바위가 무너져 가운데쯤 부터는 반대편 쪽으로 돌아나가질 못하고
양쪽에서 이리로 들어가거나 저리로 들어가서 중간 쯤 까지 구경하고 도로 나오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위험방지를 위해서입니다만, 필수라 해도 쓰지 않은 이들도 있긴 합니다..
입구 앞 제주 감귤쥬스를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최근의 사고 이야기도 듣고,
단단해 보이는 돌이 무너져 내린 아래 어딘가에서는 공사 중일 테니, 헬멧을 씁니다.
.
올라 올 적에 본 입구에서 가자면 편한 길인데,
그쪽 입구보다는 저쪽 축사에 묶여있는 말들을 보고 갈 욕심으로 다른 입구로 가려 왔더니,
말이 층계지 층계가 아닌 네 발로 잡으며 내려가야 하는 곳이 길입니다
이런 입구가 기다리고 있자 문득, 좀 무섭긴 해도, 탁월한 선택을 한 거라며 흐믓해집니다.
햐....그림이 따로 없구나
바다는 바다라서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막힙없이 펼쳐진 광할함이 있고 그 위로 그것을 받쳐주는 푸른 하늘이 펼쳐저있을 때만이 최고의 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푸른 하늘 아래서는 바다도 명쾌하고 파도도 하얗게 부서지며 포말조차 의미를 갖고 사연을 전합니다만,
반대로 어두운 하늘의 폭우 속 바다를 상상하면 ,그리 달갑진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이 바로, 바다가 바다라서만이 아닌 그 외의 조건을 모두 갖춰준 최고인 날인듯 합니다.
즐거움에 절로 입이 벌어집니다.
아래에는 회 한 접시 하라며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 소주와 함께 팔고 있습니다.
할 일이 많은 듯 마음만 바빠진 나는 그 아주머니들을 지나쳐,
찾아온 손님에 황망히 몸을 숨기는 작은 게들의 몸짓이 분주한 바위를 따라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조심스레 건너며 풍경을 담습니다.
행복을 주는 곳입니다.
내 인생에서 필요한 언어와 무음의 언어인 침묵이
마치 새로 우뚝 생겨났거나 가지치기 된 굵은 나무처럼
생생함으로 선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인 듯 .
푸른 바다와 심심하지 않게 드리운
흰구름의 아름다움이 채워진 하늘
크고 작은 소리로 사연을 전하는 파도
나보다 한 발 앞서 도망치듯 재빠르게 움직이며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바위 틈새로 몸 감추는 작은벌레들
강한 생명력이 숨쉬는 곳에 다녀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을 선물 받습니다.
- 정혜정. 제주 용머리해안에서. 201506
다시 입구를 향해 돌아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등산을 하는 듯 했습니다만,
처음 가는 길은 두번 째보다 어디든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는 말처럼,
내려올 적에 염려하던 것과는 달리 올라갈 적에는 생각보다 별 어려움 없이 오릅니다
감귤 쥬스를 한 잔 마시고 산방굴사를 향해 층계를 오릅니다.
저 아래로는 조금 전 올라오다 본 조랑말 두 마라가 서서 졸고 있고
그 위쪽으로는 긴 층계가 절을 향해 가는 길을 안내합니다.
오르다 보니 어느새 산방 산이 코 앞 입니다.
산머리에 걸쳐서 가지 못하는 듯 다른 곳 다 두고 하얀 구름은 산방산 위에서만 맴도는 춤을 춥니다.
이 층계 위까지 올라가면, 왜 해안의 이름이 용머리인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답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모든 것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바위의 절경으로 유명한 용머리해안은 그 능선의 모양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산방산 꼭대기로 올라가기 전에는 완전하게 그 이름 그대로라고는 보이지 않지만,
정상의 정자까지 올라가면 완연하게 드러나지 싶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용 꼬리의 길어지는 부분이 될 해안의 파도치는 모습이 절경입니다.
마치 라구나 비치 전망대에서 메인 비치 해안선 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아래에선 잠잠하던 바람이 이 산 의 중턱이 넘은 곳에서는 날개 없이도 날아갈 정도로 불긴하지만
추위가 아닌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이라 기분이 최고입니다.
오늘은 맑고 푸른 하늘부터 시작해 바람까지
내게 골고루 선물을 준 자연에게 무한한 감사를 하게 되는 날입니다
일행 떠난 후 혼.자. 남기로 결정한 여행계획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며
혼자 무슨 재미로 남느냐던 이들이 이런 기분을 어찌 알겠는가 미소짓습니다.
산방굴사는 매우 역사가 깊은 곳이고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아주 커다란 불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입구에서 기도를 드리는 굴쪽으로 더 올라가는 길이 따로 있고 입장료도 있습니다만,
황금불상이 있는 이곳으로는 누구나 올라와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황금 미륵불 사진만 담고 내려오다 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올라오던 곳이 아닌 반대로도 뚫려있는 듯 해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께 길을 묻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틀렸다 아니다, 걸어서 오른 곳을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다른 방향으로 가라 하시는지,
걷지 않고 차를 타고 다녔더라면 오히려 잘 몰라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모를 정도로
엉뚱한 말씀만하시던 할아버님과 한 십여 분 동문서답 놀이를 하다,
처음 생각한 대로 반대쪽 길을 따라서 언덕을 내려가기로 합니다.
역시 산방굴사에서는 그 편이 지름길이었습니다.
제주시로 올라가기 전 조금만 지체하자며 마라도 선착장으로 내려갑니다
낚싯배가 들어오면 고기를 받아다 파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했어도,
부둣가에 앉아 그물망과 낚시 바늘 분리 작업에 한창인 아주머니들을 보자,
새삼, 세상에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따라 분주해지는 뜨는 배도 없이 한가한 선착장을 돌아보는데,
어이 처녀. 처녀도 이리와 한 잔 해요!
아주머니 한 분이 저쪽에서 소리칩니다. 아무래도 사람 드문 선착장에서 그것이 나를 가리켜 한 말 같아 돌아봅니다.
쓴 김에 쓴다고 기분 좋게 뒷모습만이어도 몇 십 년 젊게도 만들어 주시고 이렇게 소주 한 잔도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받아들며 식당에서 배달 온 국밥집 쟁반 위에 가방 속에 있던 땅콩과 쵸콜릿등을 내놓는데,
도대체 이 시간에 이런 곳에는 무엇 하러 왔느냐, 대강 그런 의미지 싶은 말을 하다
전혀 제주말을 못 알아듣는 듯한 내 표정에,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제맛이여~ 얼른 말을 바꾸십니다.
이제 숙소로 올라가 짐을 챙겨 제주시로 올라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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