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나리의 추억에 묻어온 나른함
10년 전임에도 하루에 평균 7 천명 이상씩 들어오던 블로그를 닫고
이 다음 싸이트에서 블로깅을 시작했고
옮겨도 옮겨도 남아있는 그곳의 글들을 이리로 다 옮겨 오지도 못한 채 그대로 몇 년이 흘렀다.
이곳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까닭에 조용한 자유로움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한동안 사진과 디지탈 아트를 시작해 그 재미에 빠지고
자신이 어느 정도인가 알고싶어 여기저기 출품하느라 바빠 잠시 쉰다는 것이,
내친 김에라며 2 년 넘도록 방치하다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내 하고픈 대로 한 것이겠으나,
하지 않았다고 전 블로그처럼 블로깅을 하지 않겠다 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한 번 멀어진 뒷걸음이 너무 길었던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00년대에는 거의 시와 수필 여행기 위주로만 포스팅을 하던 시기였지만,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의 포스팅이었기 때문에 그 흔한 오프라인 미팅 한 번 해본 적 없다.
지금은 파워 블로그라고 불리는 것의 전신이 된 셈인,
중앙일보에서 한국 최초로 대표 블로그 10인을 뽑아 상을 주던 [영광의 블로그]라는 것에 뽑혔던 시기와
한동안의 블로깅이 심드렁해져 그만 두게된 시기가 겹쳤었다.
물론 내 인생에 대한 중요한 변화의 시기여서였다는 것이 기반이 되기도 했고.
마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영광의 블로거 인원을 10인에서 100인으로 늘린 후
신문사 측에서 만들어 보낸준 영광의 블로거 누구누구라며 이름이 박힌 명함까지 받자,
오히려 물러날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그 200장의 명함은 단 한 장도 사용한 적이 없다.
보이기 위해, 읽히기 위해, 파퓰러해지고 싶어 애(?)를 쓰는 삶과는 거리가 먼 난,
미국으로 돌아가 그날로 예고 없이 블로깅을 멈추고
그 글들을 모두 비공개로 돌림으로 구글 검색에 뜨던
수 천 개의 태그 속 이름도 함께 사라져버리게 했다.
하지만 그 결정을 후회한 적 없고 그 후 찾아와준 조용하다 못한 적막함에 익숙헤했다.
그것이 원래의 내 모습이니까.
그러며 잠시 덮어두었던 그림, 그리고 새롭게 사진에 흥미를 더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한국에 살고있던 사람이었다면 아마 좀 더 그 영광의 블로거라는 물살(?)이라는 것을 타고
지금쯤 그때 그들이 남아 새로운 이들과 함께 형성된 파워블로그라는 단체에서
블로깅이 삶의 전부인듯한 삶을 살고 있으려나 싶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을듯 하다
어디에 소속되거나 무슨 활동에든 얽매여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무엇으로든 내 자신에게 합리적인 이유를 주고 빠졌을 것이다.
허나 가끔 어제처럼 공개 폴더로 있는 이곳의 포스팅을 들추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조용하게 호흡만 하고있는 블로그지만,
그나마 몇 개의 공개된 폴더 속에 있는 글들의 태그를 타고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다녀갈 때가 생기는 경우를 보는데,
그 경로가 된 글을 찾아 읽다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아래 위 글들을 읽거나 어느 하나의 글 속에 담긴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1985년을 회상하며 적고 블로깅을 멈춘 지 아주 오래인
예전 블로그에서 이곳으로 다시 옮겨놓은 것도 참 긴 시간이 지난,
[희나리의 추억]이라는 수필을 열어 다시 읽었다.
http://blog.daum.net/hwawoo/50 희나리의 추억
그 시기와 그동안, 그리고 현재까지 훑어 올라오다보니,
그 위에 미국에서 돌아온 시차가 비로소 밀려드는가 싶게 오후 내내 나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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