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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2

[제주} 3.중문을 향해

by HJC 2015. 6. 18.

 

 

 

3.

 

 

 

 

 

80년대, 그러니까 석촌호수도 잠실롯데도 없이

언저리 전부가 황량한 벌판으로 소형아파트 몇 동만이 있던 그곳,

전공이 아님에도 신문 광고를 보고 무작정 인터뷰에 나선 나를 담임으로 뽑은 유치원이 그 곳에 있었고

그곳이 현재의 잠실 4단지 였습니다.

그 당시의 그곳은 간간히 공사 트럭이나 다니던,

더 멀리에는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서울의 끝이었습니다.

삼선동에서  69번 시내버스 종점인 그곳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버스에 흔들려가며 출근했고,

그래도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아 기꺼이 즐기던 그곳을 난 1년 만에 그만두게 됩니다.

이유는 나를 피아노 전공자로도 둔갑시켜 유치원 수업 후 피아노를 배우러 몰려오기 시작한 동네 꼬마들을 가르치고

진짜(?) 유아교육 전공자들에게 체르니 100번까지 기본실력을 가르치게 하는 업무를 맡겨서입니다.

한 두어 달 버티던 난 사표를 냈고, 2 년여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떠납니다.

 

어쨌든, 그렇게 떠난 후 그 오랜 생활 동안에서 일본의 인공 섬 생활을 제외한

미국 생활 20여년. 한국으로 오는 그날까지 그 당시 한국에서 살아가던 이들과는 다르게

자가용이 두 다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곳에서 사느라

병원에 입원했을 적 말고는 단 하루도 운전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국에 오니, 참 편하긴 합니다.

지도 한 장만으로도 미국에서는 곳곳을 씩씩하게 다녔어도 걱정 없었는데,

고개를 젓게 하는 서울의 복잡한 시내운전에 겁을 잔뜩 먹은 내게

점시 한국을 방문으로 다녀갈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대중교통이,

과장 좀 보태 망망한 항해 중 등대를 발견한 듯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 변화하는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된 듯 느껴지겠으나

사실은 내비게이션 문화나 감찰 카메라의 출현으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을 수 없게되고

마지못해 따르다보니 비로소 그것이 생활로 스며들어 제법 지켜지고 있습니다.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나만의 사정 두 가지로 인해 한국에서는 차를 소유하지 않기로 작정했는데,

거기에 굳이  말 할 수 있는 세 번째 이유를 덧붙여 풀자면,

그동안 차로만 다녀 약해진 체력을 키우고자 함에 있다 하겠습니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서울에 살아온 사람들보다 몇 배 힘들고  가끔 짜증도 나지만,

차가 다니지 않을 시각에 나가야 할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차를 두고싶은 유혹을 넘어서고자 노력하고,

이제는 제법 그 불안정한 불편함을 생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 합니다.

다만, 쉬이 단련되지 않는 카메라 가방의 무게로 인한 다음 날의 찌뿌둥함은 조금 더 단련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제주 평화로 버스를 타고 중문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심심했습니다.

간혹 지도에서 보았던 지명 이름이 정류장에서 흘러나오는 어나운스먼트 속에서 들리긴 했어도

정류장에서 입구가 바로 보이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했습니다.

이정표 부분에서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듯한 제주에서 목적지까지 20분 정도 걸어야한다는 정류장에서 내려 

곳까지 찾아들어가기는 쉬운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이틀 더 버스를 타다보니 더는 걱정되지 않습니다.

알지 못하는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닌 내 나라,

시간이 걸려 그렇지 어디든 내리면 어떤 노선으로든

원하는 곳으로 실어다 줄 버스가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의 시간도 당연함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는 법,
비로소 기다리는 대신, 그 시간에 다른 버스를 타고 어디쯤엔가 내려 또다른 버스를 타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길도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이 보입니다
짐작했던 일이고 그것이 당연할진데도, 새삼, 그러면 되겠다며 안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