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이틀은 그룹으로 안내를 받았고
나머지 사흘은 자유롭게 혼자만의 베낭여행이었습니다.
처음 이틀의 여행에서는 며칠 불면증 비슷하다 그 전 날밤에는 단 1분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난 탓에
이미 입안이 헐기 시작하더니, 한라산 영실코스를 올라갔다 내려온 그날 밤에는
온통 입안 깊숙한 곳까지 헐어 양치질을 시늉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다른 이들이야 알 리 없었겠으나 이틑 날은 더 심해져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굴모습만 보아도 윗 입술 속 부풀어 오른 것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나,
이런 동료 단체여행에서 그런 이도, 많이 아프다며 엄살 부리듯 말하고픈 이도 있을 리 없습니다.
따가워 끙끙거리며 엄지와 집게 두 손가락으로 입술 속 인중 부근의 부어오른 부분을 만지는데
어렸을 적 가족과 물놀이 갔던 청평냇가에서 수박을 먹다가 벌에 윗입술을 쏘여 부풀어 아프던 기억이 나 찡그립니다.
헤어지기 전 공항 근처에서 모두 함께 갈치 호박국을 먹을 때에는
잘 먹어야 내일부터 두 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며 마음먹음에도,
겨우 밥 두어 수저에 국물만 떠 먹다가 수저를 놓고맙니다.
그렇게 모두를 떠나보내고 남은 제주.
공항 근처에 잡은 숙소였고 종일 비가 내렸던 날 밤이라 달리 갈 때도 없고
오늘도 보고 느끼게 해준 것들을 생각하며
밤 11시 경 잠을 청합니다.
내일 새벽에는,
시금치 한 캔 털어먹은 듯 멀쩡해진 컨디션으로 눈 뜨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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