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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a story

목련꽃 아래에서 만난 남자

by HJC 2011. 4. 20.

 

 

 

 

 



 

 

 

 

올해는 우리 아파트의 만개한 목련이 피는 시기를 저 아래 울산 다녀오느라 놓치고 말았다.

사진정리를 하다보니 3 년 전의 목련 피던 시기에 일어났던 어느날의 어처구니표(?) 이야기가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 길에서 道人아닌 도인,

길 가다 말 걸어오는 이를 만난 적 있을 것이다.

세상 하 순진하던 그때는 

지금처럼 크레딧 카드나 전화로 억대의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닌

장래의 액을 막아주겠다거나 큰 사람이 될 길을 어려움 없게 열어주겠다거나 등

그런 도인(?)에게 서너 번 방해받은 적이 있었지만,

너나 잘 사세요로 친절한 영자씨로 일관하는 내게 씨알이 먹힐리 만무,

주로 두 명 이상 짝지어 덤비던(?) 그들도 지쳐 포기하더라는 거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식구들에게 재미있어 늘어놓곤 했던~

그 이야기 중 가장 최근 것 한가지를 풀어본다.

 

 

 

 

 


 

 

 

목련꽃 아래에서 만난 남자

 

 

아파트 길에 소담스럽게 핀 목련을 찍고 있는데

누가 “그대는…….”이러며 말을 거는 겁니다.

나를 부르는 건가 싶어 돌아보니,

목련 꽃만 찍지 말고 이파리 15장과 뽕잎과 그리고. 뭐랬지. 한 가지 더 있는데

암튼 그걸로 차를 끓여 마시면 그대에게 아주 좋을 거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거예요.

차림새조차 한약방에서 일하는 이 같은 개량 한복 차림새인지라 아무 말 없이 듣는데,

박 모 씨와 차기 대통령, 육영수 여사와 목련꽃, 5공과 6공 그리고

이렇게 서서 거대한 목련나무를 찍고 있는 바로 이 자리가 105동과 106동사이인 것은 기가막힐 일이라며,

본인이 이 앞을 지금 지나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닌 거라나요?

 

뜬금없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인연은 무슨....그러며

줄줄 읊어대는 듯한 그의 말에 웃음 나오려는 것을 참고 듣는데, 

박 모 씨가 차기 대통령이 되었을 때 지금 찍은 목련사진을 갖다 주면 아주 좋아할 거라는 겁니다.

 

결국 못 참았지요. 풋!

 

계속 그 인연에 대한 딴 말은 조금 더 있었지만 대충 생략하고,

별 정신 나간 사람 다 보겠다며 돌아서려는데

"그대는 남편 복이 참 많구먼. " 그러는 거예요. 

말하든 말든 모른 척 사진을 찍고 있다 보자보자 하니 별말을 다....슬그머니 화가 나려고까지 하는데

그대는...하며 전생의 제가 혜라라는 용왕의 넷째 아들이었다는 겁니다. 

뭐, 용왕 가족 스토리야 잘 모르니 엉터리로 말해도 모를 일이라지만,

요는, 그렇기에 전 껍데기만 여자지 속은 남자라는 거예요

그리고 남편은 반대로 대단한 신의 딸이었기에 성격이 매우 섬세하면서도 그 스케일이 크다고요.

 

쓸데없는 소리도 이정도면 혼내야죠?

참다못한 내가 여보쇼~ 하려는데,

갑자기 손을 들어 막으며 말을 계속 했어요.

“그대가 살아오며 어떤 시련을 겪었던 그댄 원래 타고 난 복이 많은 여자야."

그러더니

“올해 하겠어. 에, 또..날짜는 10월 16일. 그래 10월 16일이야. 결혼해. 올해. 지금 그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남자 나이는 스물아홉이군."

이러는 겁니다. 좀전 남편 복이 어쩌구저쩌구 하더니

갑자기 이번엔 얼토당토 않게 튀어나오는 결혼 설(?), 게다가 스물아홉 남자라뇨?

겉은 조금만 이상한데 정신은 제대로 이상하구나 싶어 불쌍했어요.

 

얼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겠다 싶어 돌아서는데, 등에 대고 이렇게 외치대요,

“그대는 열다섯 살이니 그대 남편은 스물아홉이란 의미야.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다 제쳐놓고 마지막의 열다섯이라는 말에는

제가 철없기가 그렇다는 말로까지 들려오던 어처구니 없고 엉터리 같은 말에

듣기 싫다는 듯 자잘로 머리를 가로로 흔들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저 먼 하늘을 봐요.

 

젊은 날 내 언제 꿈 꿨던가 하며

                                        꽃 피고 짐처럼  우리네 人生 또한 일장춘몽과 같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 華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