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a story23

2. "어? 도대체 저 비행기가 왜 움직이는 거야?" 커피를 주문하려고 서 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차례가 되어 커피를 받아들고 돌아서자 좀 전의 그가 제게, 어딜 가는데 아직 이곳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는 너는 하고 물으니, 글쎄 싸크라멘토로 간다고 하네요. 저도 그렇다고 대답하자 별것에 다 반.. 2010. 12. 21.
1. 너두 이 비행기였니? 나두... 말이 씨가된다는 말도 있고 불안함을 떨굴 수가 없었습니다. 디트로이트를 경유해야 하는 모든 노선을 가진 비행기들이 기상 변화로 인해 뜨질 못하고 연기 되었다는 방송이 들립니다. 저는 미니아폴리스로 가는 것이라 괜찮겠지 하면서도 저번 필라델피아 갈 때 연착으로 한 번 고생한 .. 2010. 10. 20.
(7) 여권을 가져오라고? / 일본 고베 지진 수기 그 발표 내용은- 기다려도 로코 아일랜드까지 도움의 손길이 오긴 오되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미국 본사 쪽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직접 배를 보냈다는 것이었고 늦어도 내일 중으로는 도착할 거라는 거였다. Thank God~! 그 발표가 떨어지는 순간 강당 안은 한동안 환호와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운동장에서 서성이던 주민인 일본인들을 통해 그 소식이 섬 전체로 퍼지자, 그들 중 병원 등 특별한 이유로 섬을 나가야만 할 일본인들 중 같이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는 사람도 생겼다.그 청을 들은 미국 회사 측에서는 몇 분의 회의 만에 다시 자리가 되는 한 누구든 승선시켜주겠다는 발표가 났다. 도움의 손길을 못 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고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누군 구출되고 누구는 안.. 2010. 4. 6.
(6) 지진 후 첫 구호물자의 도착 고베 시 산노미야에 있는 하버랜드 오니기리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입구 쪽에서 카트에 상자 몇 개를 실은 남자가 나타나며 외쳤다. 드디어 지진 이후 첫 구호물자가 도착한 것이었다. 모무척 배가 많이들 고팠던 터라 얼른 일어나 물 한 병과 주먹밥 두어 개 씩을 받아왔다. 모여 앉아 먹기 시작하는 원탁 테이블에 한가운데에 집에서 백 팩에 담아온 고추장 멸치 볶음을 꺼내 놓자, 약간의 소금 간만 되어 있는 주먹밥 한 입에 멸치 한 젓가락씩을 입에 넣은 사람들은 너무 맛있다며 만족한 표정들을 지었다. 갑부건 고위 공무원이건 각 회사 간부건 돈이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 순간의 우리에게는 배를 채우는 일만이 삶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는 맨밥만 뭉쳐 놓은 주먹밥이 마지못해 먹는 음식이었겠으나.. 2010. 4. 5.
(5) 고베 지진 수기/ 나, 살아있어요! (5) 나, 살아있어요! 오후 3시쯤, 누군가가 집엘 다녀왔다고 했다. 밤에 전부 이곳에서 자야할 텐데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좀 챙겨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모두는 자신들도 다녀와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무너지면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기에 누군가는 집에 가서 현금과 결혼반지만이라도 챙겨 와야겠다며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얼른 다녀오자고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먹은 거라곤 고작 빵과 작은 우유 한 개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걸 먹고 30층 빌딩을 계단을 오르다간 먼저 허기로 사망하겠다고 긴장으로 팽대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 누군가가 농담을 했지만, 32층의 고층 빌딩을 엘리베이터 없이 올라갔다 오는 일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2010. 4. 4.
(4) 고베지진수기/ 불바다다! 쑤미요시가 불바다다! 쑤미요시와 로코 아일랜드만을 연결하는 무인 전철 로코 라이너라 부르는 전철 길이다.우리넨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섬. 생김새로 왼쪽 42층짜리를 킹, 오른쪽을 퀸빌딩이라 불렀다. 4. 불바다다! 쑤미요시가 불바다다! 아이들이 다니던 인터내셔널 스쿨인 캐나디언 아카데미에는 자가발전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실내는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졌으나 코트를 벗어야할 정도는 아니었다.애들이 점심 식사를 했을 카페테리아의 둥그런 원탁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아는 이들 끼리, 혹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나라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한 곳에 모여 앉았다. 하지만 간단한 인사 말고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우리는 기다리는 일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얼마 후 간단한 지진 상황에 대한 것을 처음 듣게 되었다.고.. 2010. 3. 13.
(3)고베 지진 수기/ 여태 대피하지 않고 뭐해요! "없어요? 안에 누구 없어요?"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으로 달려 나가 문을 열자,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며 다시 지진 나면 무너질지도 몰라 모두 학교로 긴급 대피하라고 했는데, 왜 아직 이러고 있느냐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 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인터내셔널 스쿨로 모이라는 전달을 지금까지 받지 못한 모양이라며 혹 그런 사람이 있을까봐 빌딩을 순찰하는 중이라는 거였다.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 주머니에는 가지고 있는 현금을 챙겨 곧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삐 빌딩을 빠져나왔다. . 밖으로 나오니 도로 여기저기가 갈라지거나 뒤집어 진 것이 보였다. 평소 날 따뜻해지면 아무나 들어가 놀곤 하던 섬 가운데로 바닷물을 들여와 자유롭게 섬 중간으로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깊이가 허벅지 정도던 시내의 물도 넘쳐.. 2010. 3. 11.
(2) 고베 지진 수기/ 지진이 멈춘 세상은 너무도 고요했다. 당연하게 전기가 끊어졌음을 알면서도 방마다 다니며 마치 생각 없는 사람처럼 스위치를 켜 보고 라디오를 켰다 껐다 하며 황당해 하는 자신에게 손잡으며 사정 하듯 그만 진정하자며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조금씩 날이 밝았다. 그러다 불쑥 빛 들어 선 듯 실내가 환해지자 마치 괴물이 집단으로 쳐들어와 집 안의 모든 것을 부수고 간 듯 어지러진 실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응접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 모두 떨어져 있었다. 어떤 것은 엎어진 채 유리만 깨졌고 어떤 것은 옆으로 날아간 듯 프레임도 금이 가거나 부러진 채였다. 200여장의 CD를 꽂아두었던 CD Tower는 몇 바퀴고 저 혼자 회전을 한 듯 꽂혀있던 CD케이스에서 알맹이만 빠져나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덜어지고 날카롭게 깨져 있었다. 기막힌 상.. 2010.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