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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내세울 것 별로 없는 나는,

by HJC 2010. 9. 6.

 

 

 

  

 

 

 
 
 
 

 

마우스 그림과 글.  2008. Hwawoo  

                     



하나.

 

 

생각이 횡설수설이다보니

종일 정리될 틈이 없다.
열무김치가 너무 맛나 더 시기 전에 해먹자며
어제 낮에 먹었던 것처럼 오늘 저녁에도 또 그렇게 먹었다.
그도 아이도 떠나 자유롭다 보니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별나게 아침부터? 라는 것을 먹거나,
그런 걸 밤에? 하는 것을 찾아 해먹는 것에

제법 쏠쏠한 재미를 붙이고있는 중이다.

 

 

둘.

 

 

일요일에 엄니께서 가족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 하시면
하는 일이란 모두 모여 맛있게 먹은 후 설거지가 고작이다.
허나 그것은 올케들이 음식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큰 올케는 대학 전공도 식품영양학이고 감각도 뛰어나
명절 때 만들어 놓은  음식을 보면 마치 요리사가 한 상 차려 놓은 듯
보기에만 근사한 것 아닌 맛도 일품이어서
수강료라도 지급하고 적어가며 배우고 싶을 정도다.

 

작은 올케는 처녀 시절 부터 빵집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와

막상막하의 식욕을 지녀 서로 웃곤 했는데
결혼 초에는  부엌에서 엄니 뒤에서 두 손 잡고 서 있기만 해

요리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그러는 줄 아셨다고한다

한국을 방문한 어느 해던가,  동생네가 엄니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와

집들이를 간 적 있었다.

해외에 사느라 기회가 없었던 난 처음으로 음식 맛을 보게 되었는데
식욕 좋은 그대로가 손맛으로 옮겨갔는가 싶게 

 맛깔스러움에 저으기 놀랐다.

 

하지만 기본 한국 음식인 밑반찬이나 김치 등의 깊은 맛에는

올케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만큼 역시 엄니의 손맛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도리가 아니라면서도 나는 귀국 한 후 내내

같은 단지 내에 산다는 이유 혹은 오랜 세월

일본과 미국에 살아 니 맛 내 맛 없다는 걸 핑계 삼으며

꾸준히(?) 엄니 김치와 밑반찬을 얻어먹고 있다.

 

다만 엄니가 좋아하시는 음식 중 한 가지가 튀김요리고

하필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 음식이라

잡수지 말라고 권하는 편인데, 
그래서인가 솜씨 좋으신  분이
이상하게도 튀김 요리 만큼은 자신 없어 하신다.

그래 자주 잡수시는 것도 아니기에 일본으로든 미국으로든 나를 방문하실 적 가끔 해드리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  전화를 하셔서는 갑자기 새우를 튀겨 먹자고 하시는 거였다.

아마 다른 요리 다 귀찮으시던가, 유난히 튀김요리가 잡수고 싶으셨던가 둘 중 하나였을 터였다.

 

"바로 갈게요..."

 

올케나 엄니 , 즉  요리 박사들에 비해 내세울 것 별로 없는 난,
막 샤워를 끝내 젖은 머리 그대로 엄니댁으로 달려가
이거라도 해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미역귀와 새우를 튀겨드렸다.

 

"이 미역귀는 아빠가 젤루 좋아하셨던 거잖니. 역시 튀김은 네가 해야 맛나구나.

얘가 나 일본 가면,  언제나 손바닥만한 왕새우를 튀겨줘 실컷 먹곤 했다."

 

요리도 아닌  것을 몇 번이고 대단한 음식 잡순 듯

가족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참  얘. 롯데에서 돈까스 부위 사다 놓은 것 있는데, 

그거 가지고 가 튀겨 먹어라." 

 

그렇지 않아도 튀김 이야기는 왜 또 하시나 부끄럽기까지한

점심 후 커피를 타고있는 내게  하시는 말씀에,

 

"제가 왜 가지고 가요?  여기 와서 튀겨 엄니랑 함께 먹으면 되죠."

 

쓸쓸함 묻어나는 엄니 말씀에 괜스레 힘주어 말하고 그런 내 대답에

엄니, 아무 말씀 없으시고

 

 

 

셋.

 

어젯밤에는 몇 년 만인가 싶게 오한으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꿈속 난 시베리아 벌판 같은 곳에 서 있고
옷차림이라는 것이 고작해야 속옷 밖에 입지 않은, 거의 벌거숭이었던 듯.

어이쿠 추워..

 

시작된 오한은 한동안 계속이었다.
떠느라 일어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겨우
퀸싸이즈 이불만 겹쳐 
덮은 채  
덜덜 떨다  다시 잠들었는가 싶은데

아침이 오고 열도 내렸던가 갑갑해 이불을 제치며 눈을  뜬다.

이런 엄니가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면....

갑자기 드는 뜬금없는 생각에  글썽임도 없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감사 같기도 슬픔 같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