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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수필) 마라도에서

by HJC 2010. 4. 18.


 

 

마라도에 저희를 내려주고 배는 떠나갔다.

한 바퀴를 도는데 꼭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물론 이런저런 것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느라 조금 지체된 시간도 합해서이니

서두른다면 조금은 줄일 수 잇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유유자적이라는 행보가 빠진다면 재미가 덜한 것이기에

다른 수단 사용하지 않고 섬 주위를 걸어서 돌았다

 

 

 

날씨가 흐려서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아무튼 바다든 강이든, 호수나 연못이든,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좋아한다지만,

오도카니 앉은 이 마라도라는 섬에서는

볼 것이라곤 그 섬 둘레를 걸어서 돌아보는-

결국, 육지에서 바다를 보듯 섬에서도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전부였다.

 

 

 

 

BODEGA BAY에선 태평양을 이렇게 바라보았었는데…….

그렇지. 이곳에도 한국의 남쪽 끝이라 등대가 있구나.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날아갈 수 있으리 만큼

울타리 넘어 절벽 끝으로 자꾸 다가가는 엄마의 행동에 놀라

아이는 손사래 치며 위험하다고 외친다.

 

 

 

 

더 높았으면 좋겠다.

말없이 다가가 바닷바람에 으스대는 해송에게 넌지시 말 건네면,

조화처럼 단단한 초록의 풀 보듬은

거북이 등짝같이 갈라진 주름진 얼굴의 바위들이 웃는 듯하고

 

 

그러게. 오늘도 작은 파도가 만들어낸 소용돌이로 열린 바다의

쪽문만큼이나 작고 여린 하늘빛 탓인지

인연이란 스쳐 지나는 바람과 같이 부질없다는 듯

마라도 터줏대감인 강아지 온갖 제스처로 친하고 싶어 하는 내게

입 꾹 다문 침묵으로만 일관한다.

자연 앞의 인간들 모두 쉬이 애 같아진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