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엄니와 백화점에 무엇인가를 보러 갔다가 점심도 같이 하고
엄니의 30년 단골인 참기름 집에 가 가격이 많이 오른 고춧가루도 구입해 집에 돌아왔는데,
부엌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나사못을 돌려 단단히 박아 걸었다고 생각한 액자가 뒤통수를 보인 채
식당 바닥에 얌전히 누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변으로는 깨진 유리가 보이지 않는다.
슬쩍 액자를 드니 그제야 우르르…….조각들이 떨어져내렸다.
이런 …….
1997년 고베 로코아일랜드 외국인 화사 건물 로비에서 전시를 할 때 걸어놓았던 작품 중 하나다.
1995년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렸던 것으로
일본으로 이사를 가자마자 한신 대지진으로 맨션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내 모든 작품들의 프레임 속 유리는 그때 이미 한 번들 깨졌었다.
.
별소릴 다한다. 유리 깨진 것 가지고 .
그때를 기억하는 내 불길한 예감에 대해 엄니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신다.
맞아. 그건 다른 거지..응.
이 장면은 봄과 여름, 각 두 계절을 그렸었는데 그 중 봄이다.
몇 작품 되지 않는데 필름 카메라로 겨우 한 장씩 밖에 찍어두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었다.
아직 액자에 매달린 채인 커다란 유리 조각을 조심히 종이 봉지에 옮겨 담는다.
덕분에 이번에 유리 없이 사진만 찍을 수 있게 됐으니 나쁘진 않은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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