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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2

내가 겪었던 고베 대지진

by HJC 2016. 6. 28.

 

일본 지진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내게는 생생한 현장이다.

고베 한신 대지진이 일어나고 이 영상의 초반부에서 보여는,

-물론 고가도로조차 엿가락처럼 뒤틀려 엎어진 마당에 빌딩 무너진 게 뭐 대수겠는가만은-

일본에서 한동안 살게 된 딸을 방문하러 오셔서

함께 구경하며 고베 시의 중앙 타운이었던 고베항구가 있던 산노미야.

그 무너지던 물들은 바로 지진 사흘 전 한국으로 돌아가신 엄니와 나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었기에

보여지는 의미가 더욱 다를 수 밖에 없다. 

 

고베의 아오지시마 라는 섬의 심해에 그 잔원지를 두었던 대지진이

내가 자리잡고 살게 되었던 인공섬 로코아일랜드에서 로코라이너를 타고 나와 만나게 되는 본토인 고베,

그 중에서도 쑤미요시 역에서 로코미치, 모토마치 그리고 산노미야 등 모든 곳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전철로 겨우 네정 거장이면 닿는 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지진 후 로코 아일랜드에서는 한동안 본토로 나가는 길이 끊겼었다.

섬과 본토를 잇던 거대한 전철 다리인 로코라이너가 끊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섬의 32층짜리 아파트에서는 고베항구도 오오사카 항구도 그리고 로코라이너가 데려다 주는 본토인 쑤미요시도 모두 보였는데

그날 새벽 본토쪽은 정말이지 그냥 군데군데 불이 난 것이 보이더라는 의미가 아닌,

작게는 휘발류 같은 것을 뿌리고 불을 붙였을 때 불길줄줄이 달려가듯 붙으며 타오르는듯,

작게가 아닌 도시 전체가 그렇게 불길에 잡아먹히고 있었고,

하늘은 마치 해가 소멸된듯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버려

전혀 아름답지 않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번진 수채처럼 보였다.

지진 당시에야 그곳의 전기며 통신, 물과 음식의 공급이 전부 끊긴 상태에 몸만 챙겨서 뛰어나왔기에 별 수 없었다해도,

그로부터 8년 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매우 후회되었던 것은

몇 달 후 모든 것이 정리되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전혀 남겨둔 사진이 없더라는 오롯이 글쟁이이기만 했다는 점이다.

필름카메라로 몇 장 담았었으나 그 필름조차 후에 미국으로 다시 오며 찾지 못하게 되고...

어찌보면 참으로 역사적인 대란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면서도 급급함으로만 대처했던 처신이 답답하지만,

이제와 후회해도 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삶이란 살며 늘 후회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만 해도 다녀왔던 모든 곳을 다시 가서 다시 사진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것 보면....

오늘에야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런 방송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동영상의 취지는 제쳐 놓고, 내가 살던 곳에서 일어났던 현장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간직하고 싶어 이곳으로 가져왔다.

사진은 없지만 고베 수기는 있는데

이 수필은 아래 카테고리란의 ★ 설렘이 이끄는 생 Like a story  라는 폴더 안에 있다.

1995년 1월 17일, 당시의 내가 어떻게 지진을 겪었을지 궁금하시다면,

 

[1.나는 고베 한신대지진(코베 한신다이지신) 한가운데 있었다] 부터 찾아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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