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하는 곳에서 조금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
엄니가 침대에 누워 차창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잠들고 눈 뜰 수 있도록 세심히 골라 예약해 놓은 곳인데,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맞추지 못해 그곳에 앉아 바라볼 수 있는 일몰을 놓치게 된 것이다.
허나 돌아보면,
가는 도중 해가 지고 초행 길에 가로등 하나 없고
길에는 공사하느라 땅에 전등갓을 헷갈리게 사방에 깔아 놓고 ...
무엇보다도 식당에서 그곳까지 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렸는지라
어차피 우아하게 앉아 일몰을 바라보기는 애초에 어긋난 일이었다.
차 세워요. 잠시만요.
뉘엿거리는 해가 넘실 거리는 도로에 들어서자
그곳의 바로 아래인 육지 끝이 내가 갈 곳인지도 알지 못한채
우선 저거 넘어가면 오늘은 의미가 없겠구나 싶은 다급함에 외쳤다.
잠시 가던길 유턴을 해 길가에 차를 세운 후 잡히는대로 꺼내 그냥 담았다.
담으며 꼴까닥, 내 침 삼키는 소리처럼 해는 그렇게 바로 사라져갔다.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달리 덩그마니 수평선이나 지평선의 심심한 선과 동그라미 놀이가 아닌,
능선 사이 계곡으로 숨어드는 모습이 위안이었다.
그래 기분 좋으니?
요즘은 늘 뭣하러 그 무거운 가방 메고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엄니께
얼마나 내가 사진 찍는 순간을 좋아하는가를 그대로 드러내는 중이고
엄니는 이제 그걸 읽어내기 시작하셨다.
그럼. 놓치진 않았으니...
여수에서
'★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 > Like everyday life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쉬는 요일 (0) | 2016.06.11 |
---|---|
Return to Love (0) | 2016.05.02 |
전시 안내입니다. (0) | 2015.10.07 |
수상소식을 접하며 (0) | 2015.10.01 |
나른해진 오후 (0) | 2015.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