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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나‘스러움

by HJC 2011. 8. 20.

 

 

 

 

 

 

 

하나. 나를 위해 언제까지고 그대로이길... 

 

 

난 물건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즉 사용할 수 있을 때 까지 고쳐가며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이야기를 내가 물건을 아끼고 알뜰하다는 견지에서 시작하는 말은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건데,  그 까닭에 때로는 좀 궁상맞아 보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보통 나라마다 사용하는 전압이 달라서 사용하지 못 한다고 버리고 가는 것들을

2002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부치는 이삿짐에 넣었었고 그것을 변압기와 함께 사용하는데 멀쩡하다.

물론 다른 이들도 몰라서 버린 건 아니고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귀찮거나

결국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처분하는 것일 테지만,

그때 짐에 넣어 함께 보냈었던 내셔널 세탁기의 기능에는 지금도 전혀 이상이 없다.

 

언젠가 커피 메이커를 살 때에 깨지지 않는 것으로

스테인레스 커피 주전자 한 개를 더 준비해 놓은 것이 있었다.

이것 역시 일본에서 사용하던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기도 해

그 나이를 기억할 수가 없다.

적당하게 부리는 고집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 없다고 해도 .

아무리 오래되어도 아직 멀쩡한 것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어서고

두 나라 모두 같은 120 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1년쯤 되었을까……어느 날 커피 내리던 유리그릇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하고.

이 pot 생각이 나서 높은 선반위에 넣어두었던 것을 꺼내 사용하니,

원래의 모습처럼 보기 좋지는 않아도 신선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에는 전혀 지장 없는 거다.

만일 가족 중에 나와 다른 취향 내지는 의식구조를 가진 이가 있었다면,

분명 이러는 내게 하루도 못 견뎌 몇 푼 하지 않는 그것 좀 새로 사자고 했을 테지만,

모두 만장일치로 불만이 없다는 것 또한 다행이다.

아마도 끼리끼리란 말은 이래서 사용하지 싶을 정도로,

그 누구도 이러한 것을 문제 삼을 만큼 까다롭지 않고

오히려 맛만 좋다며 대견해 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손에 들어온 것을 아낀다고 해서

당연히 남들이 버릴 오래된 물건이나 싸구려를 사용하면서도 만족해 할 거라는 식의

개념에 대해 제멋대로 곡해하는 무조건적인 구두쇠 같은 성격은 싫다.

실리적인 것에 대해서도 혼자의 생각으로 족하지,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지인이나 친구를 그런식으로 대접(?)하는 것은 좋은 매너라 보기는 어렵겠다.

이러저러하니 이것이 낫다며 묻기도 전 자신의 의견부터 강조한다는 건

취향에 따른 타인의 개성을 배려하거나 존중할 줄 모르는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 사람 자체가 인색하기 때문이라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리에도 정성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하듯 성의라는 것은,

상대에게 무조건 실리적이고 아끼는 것으로써 전달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새로 사온 커피콩을 갈아서 넣으며

아직 멀쩡한 커피 메이커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둘. 한국 냄새가 난다.

 

단 1 분도 눈 붙이지 못한 채 도착한 인천.

보자마자 미국인들 하듯 안고 인사하거나 뺨에 뽀뽀하거나 하면,

너 그냥 공항에 혼자 두고 집에 갈 거다!  그리고, 촌스러운 아짐씨 티내듯

커다란 맥심 봉지 같은 거 선물이라고 들고 오면, 다신 안 본다!!

 

나오지 말라는 내 말에 그렇게 하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말도 안 되는 경고 이메일을 날리고

그 바쁜 시간을 할애 해 공항으로 마중 나와 준 고마운 30년 知己

나를 발견하자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고는 내게서 카트를 뺏어 밀며 돌아서서 앞서간다.

그런 친구를 다시 붙잡아 돌린 난,

잘 있었니. 친구야?

기어이 과장되게 두팔로 안으며 인사를 하며 짓궂게 굴고

이런 짓궂은 내 행동에 친구는 당황해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만다.

 

한국이구나. 다시, 좋은 사람들 몰래 지나도 묻어 뒹굴 만큼 많은, 한국이구나.

 

 

 

 

 

 

셋. 하려면 끝까지 잘해야지.

 

너 아니? 나 때문에 미국 친구들 당분간 스테이크 안 먹기로 한 사실?

사실 뭐,  그곳에 갈 예정 아니었지만, 암튼 다른 좋은 곳이 너무 사람이 많아 밀리는 바람에

우리 모두 아웃 백 스테이크엘 갔거든?  근데 거기서 키 197짜리 친구도 셜론 스테이크 7oz를 먹는데,

내가 14oz 립 아이 스테이크를 몽땅 먹어치웠거든.  그런데 그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던 친구들이

아웃 백 다녀온 후부터는 날 인간 취급하지 않는 거라. 모두들 토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어쩜 그 체구에 그리도 돼지처럼 많이 먹느냐며……. 나. 픈. 넘들…….

그래서인지 사실 나, 지금까지도……. 그다지 고기. 고기. 라는 거 별로 생각 없거든?

 

 

 

 

 

들어오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며 뭘 먹고 싶으냐고 묻는 친구에게 

얼마 전의 아웃 백 스테이크에서 내가 저지른 사건(?)에 대해 말해줬다.

아, 그래~? 그날은 너, 쇠고기를 먹었던 게로구나.

열심히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더니 아니나 달라.....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라며 안내하는 곳을 따라가자니, 순대(?)집이다.

맙소사. 못 말린다. 정말~!

 

스테이크에 질렸다는데 한국 음식 먹고 싶을 거라며 순대 집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며

극구 가족들도 나오지 못하게 한 공항에 나오겠다고 밀어부친 것 부터

모두 이 친구의 성격인 거라는 걸 알게된다. - . -;;

   

 

 

 

 

넷.  즐겁게 잤다.

 

기내에서 1분도 못 자고 하루를 넘기며 오다보니, 잠자는 것이 즐거울 수밖에.

허나 2시 반이 채 못 되어 깨어나서는 이리저리 집안 어디에 뭐가 있었나…….

기억을 생성(?)시키고 있는 중이다.

 

난 사람 없는 집엔 안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내가 왜 가?

인터넷 연결은 집주인이 돌아와서 꽂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몇 년 전 이야기다보니, 무엇이든 1년만 지나면

마치 백 만 년 전 이야기가 되는 듯 빨리 변해버리는 한국 실정에서,

그 당시 보통 그랬었다는 것을 읽는 이들이 기억하려나 모르겠지만....)

한국 모바일 기기도 고장 났는데 혹여 재 연결 되는데 작년처럼 몇 시간씩 걸릴까 싶어

떠나기 전 날 같은 단지에 사시는 엄니께 하루 먼저 들리셔서

인터넷 선 좀 꽂아 놓아달라고 하니 하신 대답이셨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꽂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오늘부터 사용할 수있게 해달라고 신청해 놓은 대로 바로 연결이 되는 거였다.

 

무심코 냉장고를 열다 감격하고 만다.

좋아하는 과일에 아침식사 용 빵에…….

대답은 그렇게 하시던 엄니, 언제 빈집에 오셔서 냉장고에 필요한 음식을 가득 채워 놓으신 거다.

그 중 무엇보다도 엄니의 맛난 김치가 눈에 잡혔고

결국 냉장고 문을 연 채로 서서 손으로 한 쪽 집어 맛을 보았다.

물론 안다. 

새벽 다섯 시도 채 안 된 시각. 냉장고 문 열고 서서 김치 먹는 여자.

대강 얼마나 세련과 거리가 먼 여자로 보일 것인가를

 

So what? I don't care~~.

김치 맛에 시차가 바로 잡히는 듯 난 밥을 안쳤고 30분 후인 새벽 5 시 30분,

한국을 떠나거나 도착한 날 습관적으로 먹곤 하는 매운 라면 대신

엄니가 두고가신 김치에 갓 뜸든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웠다.

잠 잘 자고 밥도 잘 먹었겠다,

샤워를 마친 나는 아직 이른 아침임에도 엄니를 뵈러 집을 나선다.

 

 

-2009년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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