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지진.1 (2) 고베 지진 수기/ 지진이 멈춘 세상은 너무도 고요했다. 당연하게 전기가 끊어졌음을 알면서도 방마다 다니며 마치 생각 없는 사람처럼 스위치를 켜 보고 라디오를 켰다 껐다 하며 황당해 하는 자신에게 손잡으며 사정 하듯 그만 진정하자며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조금씩 날이 밝았다. 그러다 불쑥 빛 들어 선 듯 실내가 환해지자 마치 괴물이 집단으로 쳐들어와 집 안의 모든 것을 부수고 간 듯 어지러진 실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응접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 모두 떨어져 있었다. 어떤 것은 엎어진 채 유리만 깨졌고 어떤 것은 옆으로 날아간 듯 프레임도 금이 가거나 부러진 채였다. 200여장의 CD를 꽂아두었던 CD Tower는 몇 바퀴고 저 혼자 회전을 한 듯 꽂혀있던 CD케이스에서 알맹이만 빠져나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덜어지고 날카롭게 깨져 있었다. 기막힌 상.. 2010.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