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달. 기억1 지붕 없는 기억 지붕 없는 기억 기억은 바람 부는 한겨울 들판에 선 듯 휘돌리기 시작했다. 좋은 추억은 타이의 씨줄 날줄 엮어간 스카프처럼 마음 부드럽게 감싸지만, 누군가 떨어뜨려 내다버린 깨진 액자 속 찢어진 그림이나 망망한 대해를 표류하는 썩은 나무 조각 같은 기억이 턴테이블 긁는 소음으로 목덜미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소급되는 그 기억에 질려 도망치듯 떠나온 곳, 기대 없이 들어간 펜션 아무 데나 짐을 던지며 그 자리에 무릎 꺾인 듯 주저앉아 잠이라도 든 듯 움직이고 싶지 않다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낯선 나라 호텔 방이라 여기자며 깊게 숨 들이마시며 발코니 창을 여니, 바다와의 대화가 가능 할 그네가 푸른 밤 수면 위의 달과 어우러져 그렁거린다. 늘 갈망해 오던 자유를 지니고서도 동굴 속에서 길 .. 2010. 2.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