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어쩜 이리도 빠르게 지나는지,
강남시인협회 동료들과 굴업도로 여행 갔었는데
벌써 2011년 사진이 되어 버렸다.
나이로는 내가 젊은편이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닌,
나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등산에는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었다는걸 깜빡 잊고
그들이 산책로뿐이라는 굴업도의 산을 오르느라 혼이 났었다.
가만보니 우리 동료시인들은
예를 들어 몇개월씩 인도여행을 다닌다던가 물론 안나푸르나 등반도 속하겠고ㅡ
산을 좋아해 학교 여름 방학만 하면 히말라야로 달려간다던가
등산 모임을 꾸준히 다니고 암벽을 탄다던가
하다못해 제일 얌전한듯한 김시인만 해도 이곳 올 때 경유해 온 덕적도가 고향이라
그 섬의 산을 슬리퍼 신고도 거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던 어린시절이 있다던가
모두 그 나이에는 드물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온 이들이었고
등산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주로 바다 근처에서만 살던 난,
철썩같이 그들의 쉽다는 말을 믿었었다.
어려워요? 카메라 가방 매고는 힘든 거 아니에요?
에이..아뇨. 그냥 산책이라 보면 됩니다. 슬슬 걸으면 되니 걱정도 말아요.
등산 스틱이라도? 삼각대는 안 가지고 가더라도 혹 스틱이라도 필요하지 않나요?
아니라니까요. 그냥 걷는 것 뿐인데..무슨. 그런 걸...
나뭇가지 붙잡고 있는대로 한 다리를 들어올려 겨우 올라가는 곳도 있어서
난, 내내 나중에 도와줄 이도 없는 이곳을 어떻게 내려갈지의 걱정으로 온 얼굴이 어두운 빗금이었다. ㅎ
아무튼 죽으란 법은 없어 끙끙 벌벌 거리며 그렇게 내려오고 그게 좀 부끄러웠던 가장 젊은 난,
저녁식사로 준비해온 삼겹살을 바베큐 할 때는 집게를 들고 나서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고기를 구워 날랐었다.
역시 기억이 아름다우려면 힘든 시간과 유쾌한 시간이 골고루 버무려졌을 때인 듯,
웃음번지는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굴업도 여행.
'★ Photo > Landscape&O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 불다. (0) | 2016.09.10 |
---|---|
Amazing You (0) | 2016.08.30 |
굴업도 (0) | 2016.08.23 |
I Never Told You (0) | 2016.08.11 |
faded (0) | 201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