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있어서
새벽에 올림픽공원의 장미가든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30분쯤 되었을까..
갑자기 멀쩡하던 햇살을 제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뮤지컬이 열리는듯한 건물 뒤쪽 계단을 발견했고 그곳애 앉아 비를 피하기로 했다.
... 그 옛날,
창경원 돌담 길을 걷던 선배언니가 민방위 경계경보가 울리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30분쯤 되었을까..
갑자기 멀쩡하던 햇살을 제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뮤지컬이 열리는듯한 건물 뒤쪽 계단을 발견했고 그곳애 앉아 비를 피하기로 했다.
... 그 옛날,
창경원 돌담 길을 걷던 선배언니가 민방위 경계경보가 울리면,
경보해제음이 울릴 때까지 길에 있지 않고 어디론가 피해들어가야만 했기에
창경원의 돌담길에 있던 석굴암이라는 선술집 입구로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70년대 그 당시로는 드물었을 외국인 선교사 청년을 만나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됐더라는 이야기가 ,
계단 에 앉아 비 그치길 기다리며 저 아래 컴컴한 구석을 바라보자니 불쑥 떠오르는 거였다.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고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뭐지? 뜬금 없음에 피식 웃고만다.
웃음이 짧고 자조적인 듯 해도, 외로워야 함에도 외롭지 않은 타인의 사랑 이야기까지 기억해 낼정도의 즐거운 웃음이다.
언제 그칠지도 모를 비를, 마치 훈련경보가 끝나주기만을 기다리듯,
지나는 이 하나 없는 공원의 후미진 계단에 앉아서도 콧노래까지 나오는 까닭은,
장미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