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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내 고양이들 이야기

by HJC 2013. 1. 9.

며칠 전 서울 숲에 갔었다.
먼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 오른쪽 아래로 무언가 나타나 쏜살같이 달려오는데
처음엔 다른 곳을 보느라 잘 몰랐지만 알고보니 고양이였다. 

마치 잃어버린 주인이라도 찾았다는 듯 곧장 내게로 달려오더니
잠시 주춤거리며 옆의 조금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얼른 키높이를 맞춰주려 낮게 앉아 kitty kitty 부르니
완전히 경계를 푼 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내 몸에 자신을 부비며 뱅뱅 돌았다.
깨끗한 털과 발을 보니 길양이도 아닌데 그르르릉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인간의 손길이 그리웠던 걸까...
마치 어릴 적부터 언제나 같은 이름을 지어주며 한국, 일본, 미국에서 내가 기르던 '지니' 중의 한 마리 같았다.

 

그렇구나. 어떻게 멀리서도 알아본 거니? 내가 매우 마음에 드는가 보구나..
몇 번 쓰다듬어주고는 일어나 떨어지고 싶어하지않는 고양이를 떠나오자니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작년 개미마을에 갔을 적에도 목터지게 울음 울며 날 따라오던 까만 고양이,
그리고 내 고양이들을 기억나게 하는 이 노란 털의 고양이.
정말 다시 고양이 한 마리라도 키워야 하는 거 아닐까...
여행이 잦아 포기하던 삶에 또다시 소유의 욕심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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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글은 비공개로 돌려 둔 전 블로그의 폴더에 있던 오래된 수필이고 
  다른 2 개의 고양이에 관한 수필 역시, 이 블로그에 올려진 글의 링크입니다.

 

 

1] 섬 안의 길고양이는 모두 내 고양이.


산책을 하다가 작은 내(川)가 흐르는 곳 옆을 지나는데
수풀사이로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 Hey. kitty kitty kitty........

고양이나 개만 보면 참지 못하고 아는 척 하는 버릇을 어쩌지 못하는 내 목소릴 들은 고양이가
수풀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다 말고 빼꼼히 돌아보더니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음을 멈춘 고양이는 내 바지에 설설 자신의 몸을 스치듯 왔다 갔다 한다.
오호라..쓰다듬어 달라고?
나는 몸을 숙이고 고양이 등을 쓰다듬어준다.
일본 인공 섬에서 살 적에는 섬 주위로 조성된 5킬로미터의 황토길 산책을 즐겼었는데
저녁식사 후엔 늘 손에 고양이 먹이를 조금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갔다.
그 까닭은 산책 할 때마다 보이는 고양이들이 도대체 무얼 먹구 살아갈까싶은 단순한 걱정에서 기인한 것과
몇몇 고양이들이 나를 따르니 뭐든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
일단 몇 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알게되고 그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고양이들은 내가 오는 것을 소리를 듣는 지 아니면 냄새로 아는 지, 
가로등 몇 개밖에 없는 어둑어둑한 길을 걷고 있다 보면
휙~. 하고 뛰어 나오거나 높은 나무 가지에서 툭~. 하고 떨어져 내리며 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물론 캄캄한 곳이어도 놀라기는커녕 반갑게 인사 나누며 쓰다듬어 주지만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기겁할 노릇일 거다. 하기야...아예 고양이들이 숨고 나오지조차 않을 것이지만...
아무튼 하루 하루가 지나며 어느 날은 제 애인도 제 친구도 데리고 나오더니
급기야 제 가족 모두 데리고 나오나 싶게 줄지어 나를 따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지점엔 어떤 고양이들이 사는지 까지 알게되어 꼬맹이 길쭉이 귀염이 등 이름도 지어 불렀다.
신기한 일이지만 검정 고양이들만이 모여 사는  어느 지점은 꼭 미국의 흑인마을 같기도 했다.

결국 산책 나갈 때 들고 가는 비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밤 산책 나왔던 섬의 일본인 주민 중 누군가가 그런 나를 보고 신고했으려나,
어느 날인가 외국인만 사는 내 만숀 (그들은 맨션을 그렇게 부른다)의 프론트 데스크에 커다란 방이 하나 붙었다.  
- 집 없는 들 고양이들에게 제발 먹이를 주지 마십시오.  아파트 주민을 위협할 정도로 섬에 길고양이가 늘고 있습니다.

그 날 이후 난,  빈손으로는 고양이들 볼 낯(?)이 없어 그 좋아하던 밤 산책을 한동안 포기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더 이상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줄 수가 없는 것과
내가 오는 것을 알고 뛰어나오는 길양이들의 반가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2] 쉽게 만났어도 헤어지기는 어려워!


미국으로 돌아와 어느 날인가  Wal-mart에 갔는데
입구에 꼬마들이 지네 집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을 들고 나와
공짜로 가져가라고 박스 안에 넣어둔 채 앉아서 기다리는 걸 보았다.
살다보니 종종 있는 일이긴 하지만 언제나 지나던 많은 이들이 다가와 한 번 씩 안아보고
묻지 않는데도 데려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를 미안해 하며 옆 사람과 나누기도 하는데,
일본에선 두 세 달에 한 번 씩은 집을 비우는 까닭에 여건이 되지 않아 기르지 못했던 터라,
미국에서 사는 동안에는 어떤 곤란함을 감수하더라도
애들을 위해 
기르도록 허락 하겠다던 생각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는데, 드디어 날을 잡은 것이다.

말은 안해도 읽는 분들도 느끼듯..실제론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라 모든 걸 감수한다는 생각은 당연했어도
만지고 안아보던 애들의 간곡한 청(?)에 못이기는 척하며
고양이 흙은 네가, 먹이는 네가 줘야 하고 일주일에 며칠은 네가,
그리고 나머지는 
고양이 응가상자의 흙을 갈아 줘야한다며 그날 난 아이들에게서 하루면 잊을 온갖 약속을 받은 후
고양이 한 마리를 
덥썩 안고 돌아왔었다.
하지만 막 젖을 뗀 새끼 고양이가 먹이를 얼마나 가리는지 이것저것 바꿔가며 사다 먹이느라 진땀을 뺐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제 발등 찍은 셈 치고 넘어 가려 했는데
약 5개월 쯤 뒤 우리 가족 전부가 두어 달의 긴 여름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에는
우린 고양이를 돌봐 줄 사람 찾는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생각 못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그때만 해도 
누군가가 맡아주겠지...우선 키우고픈 욕심에 밀어붙였던 문제가 현실화되자 막막해진 것이다.

막바지가 되어도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자 우린 비로소 불똥 떨어진듯 이리저리 동네를 돌며 난리를 피웠다.
믿고있던 친구 집에 부탁하려 했는데 내가 고양이를 들일 그 당시엔  없던
고양이 한 마리와 커다란 개 한 마리, 흰 토끼 네 마리, 기니아 피그 두 마리, 햄스터 한 마리 등
새로 이사한 집에 짐과 함께 들여놓은 동물 숫자가 거의 동물 농장 수준에 이르러 부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고다녀도 이미 좀 자란 고양이라며 맡기를 꺼려했다.
물론 제일 간단한 방법은 동물 쉘터로 보내는 것이지만,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집 없는 고양이들을 PUT SLEEP 시킨다는 곳에
우리 지니를 보내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별 뾰족한 수 없이 그 동물농장 친구 집에 다시 매달리듯 부탁을 하니
고양이를 맡는 조건으로 그 집 고양이가 새끼를 가질 일 없도록(?) 우리 고양이를 준비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면 두어 달 미국을 비우는 동안 맡아 주겠다는 거였다.
곤란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모르는 집에 보내면 고양이가 보고싶을 것을 걱정하던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방법 아니겠냐며 기뻐했다.
가축병원 가서 필요한 예방 주사를 모두 맞히고 절대 일 생기지 않도록 준비(?)도 시키자니 몇백불이 훅~ 날라갔다.
그렇게 해서야 떠나기 전날에 겨우 그 친구 집에 지니를 데려다 주며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돈과 노력을 들인 후에야 겨우 바바이를 할 수 있었지만,
어여쁜 모습과 재롱부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그날 데려온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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