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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125

같은 그리움이면, 눈 내리는 날의 풍경소리가 소복스러운 눈송이로 내 가슴에 잦아드는 걸 보니 바람이 고요한 날엔 당신에게 닿기로 한 풍경 소리 전해지지 않을까 봐 든 조바심 다 부질없음이더라 바람은 스쳐 지나듯 전하고 눈은 맞으며 스며드니 같은 그리움이면, / 정혜정 2023. 1. 9.
길 잃고 사는 듯해도 길 잃고 사는 듯해도 / 정혜정 끝날 듯 걷힐듯 여전히 피어오르며 발길 돌려야 할 시간을 잡힌 채 강물과 어우러져 자유롭게 떠다니는 물안개 보기 좋게 빗나간 나의 예상은 불만 없는 시간으로 그 흐름을 따른다. 이렇듯 매번 다른 길로 말 걸어오는 자연. 본다는 것에서 연결된 만남의 의미는 개념의 궤도와는 무관한 울림이다. 줄곧 길 잃고 사는 듯해도 2023. 1. 6.
선명한 부재 따스한 구름의 손길이 교차하며 카메라 속의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자 낮까지 까실거리던 미온적인 실체 푸르르 그 얼굴 돌리며 구름과 함께 흩어져 사라진다 남겨진이 아닌 남은, 의 선명한 부재가 평화로 다가온다 - 20200710 남한산성에서 2020. 7. 15.
오래된 여름 오래된 여름 그날 이후 얼마나 견고한 인내였는지 헤어짐 뒤의 불안한 걸음걸이도 없이 순간이 박제된 세월 위로 그 빛과 색을 꾸준하게 흘렸다. 자초한 억압이 먼지로 내린 현실에 실망하지 않도록 남아있는 기억 한 번에 날려보내지는 않도록 아직은 조금 숨차고 어두운 이곳으로 당신, 덜 차가운 바람의 길을 열라. 20200709 2020. 7. 9.
215. 눈이 길게만 내리는 날엔 [모델촬영 폴더에서] 하연 그리움이 줄줄 내려앉고 바흐가 드리우는 첼로 선율에 사소한 오해로 끊어진 인연이 후두둑 몸을 떤다. 폭설도 아닌 눈이 길게만 내리는 날엔, 2019. 11. 24.
詩.오보 誤報 기대하던 것이 정말 일어나주기를 우려하던 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주길 바라지만 하다못해 밥 먹듯 틀리는 날씨예보를 믿다 어긋나 하루 일정을 망치게 되어도 사진 속 배경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듯 여유는 자신을 빛나게 하는 거라며 매일 다른 오보에도 느긋함 가장하며 조금.. 2019. 2. 17.
詩 .이젠, 그리움도 平安 이젠, 그리움도 平安 한 줄 금 간듯한 가슴 안에 물차 오르듯 자란 바윗덩이 햇살에 팔락거리는 그림자의 설렘 절로 위태해지곤 하던 어둠을 긴 시간 무관심인 척 넘더니, 빌딩 숲으로 내려다 보이는 길처럼 촘촘함의 깊이를 더해가는 계절에도 이젠, 오를수록 平安 하더라. [헬리콥터에.. 2019. 2. 3.
詩 어떤 이름도 떠오르지 않던 날 하루 쯤은 운여해변의 노을이 이러했어도 좋겠다고 그러면 침대에 그냥 앉아 있어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며, 어떤 이름도 떠오르지 않던 날 날아가도록 접을 줄 아는 게 종이 비행기 뿐이라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 접어본다. 쓰기는 아무렇게나라 해도 예쁘게 적어봤자 보낼 이 없어서라.. 2018.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