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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내 팔도 Long leg Man처럼 길어진다면

by HJC 2013. 5. 28.

 

 

 

 

 

     

 

 

 

 내 팔도 Long leg Man처럼 길어진다면

 

팔이 움츠러드니 팔이 늘어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한 겨울 눈 쌓인 대관령 정상 촬영을 다녀온 후
몸살로 한 달 여 시름시름 거리던 왼팔이 아프다 좀 덜 아프다를 반복했다.
그저 무게를 감당 못해서라며 되도록이면 쉬는 게 고작이었는데
2 주 전 자고 일어나니 왼쪽 목이 담 들은 듯 뻣뻣해졌다.
그러더니 연결도 되지 않게 자주 등이 가려운 거였다.
전혀 다른 부위의 다른 문제로 보이지만,
결과로부터 나만의 논리로 추적해보자면
사실은 등의 스킨이 건조해져서가 아닌 등 뒤 아무데고 올라가던 내 왼쪽 팔이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가 아니었던가 싶다.
급기야는 나무다리에 올라 타 성큼성큼 걷는 Long leg Man을 만나게 되자
필요할 때 내 왼쪽 팔도 그렇게 길어지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게된다.

팔을 돌려 등을 휘젓곤 하던 왼팔이 허리에서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야 
사태가 별로라는 걸 인정하며 속으로 꾸지람과 변명을 반복하던 일을 그만 접고 병원을 찾았다.
마음 먹고 찍은 엑스레이 결과가 극히 정상이란 것에 맥(?)빠졌던 정형외과 말고,
오며가며 지나치던 우리 집 아래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오늘부터 한 달 정도 치료하러 계속 오실 거죠?
한 번 왔다가는 안 올 것 같은 치료에 게을러 보이는 환자에게 하는 의사의 엄포.

그리고는 조금 후...
악 소리 나게 침을 돌려 후벼 파듯 몇 대 놓더니 아픈 곳 더 아프게 꾹꾹 눌러댄다.
참는 것에 일가견 있다곤 해도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는 어쩔 수 없었고
그저 다른 한 손으로 찡그려지는 얼굴만 가리며 참았는데,
막상 팔을 내리고 뒤로 움직여 올라가는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양쪽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침 맞는 것 아프던 것 이미 다 끝났는데 의지와 무관하게 흐르다니!!

그것 참....이상하네... 하다 보니, 사실, 그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별거 아니어도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면
누가 뭐래도 자신에게는 드러나는 통증이었던 거고,
오래된 통증은 마음의 통증이 그러하듯 정말 아프면서도 눈물도 나지 않는 게 아닐까...하다 보니,
18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기억난다.

연락 받고 급히 한국으로 나와 임종을 맞이하고 일을 끝내는 동안에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는데,
나는 그것을 어린 자식을 둔 엄마는 아플 자격도 없다는 비장한 마음가짐이듯 
그 상황에 나라도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이해했었다.
그것이 틀린 말도 다른 이들이 침착하지 않았다는 말도 아닌 그저 자신을 다독거리는 말이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살며 여느 때처럼 다운타운을 가던  어느 날,
큰 길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터진 눈물,
그 눈물이 그치지를 않아  운전을 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길가에 차를 대고
1시간도 넘게, 바로 그날이 임종하신 날이었던 양 통곡을 했었다. 

사람마다 그리고 성격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고
물론 오늘의 일이 알맞게 비유할 크기의 아픔은 아니겠으나
각기 그 크기가 다른 내 안의 마음과 몸의 멍울을
나라는 사람은 그저 이렇게 푸는가 싶다.

삶의 아주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깊고 중요한 것까지
이렇게 내 안의 것을 내어놓으며 무엇엔가 매달릴 것을 찾아 치유 받기 시작하는듯 하다.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통증 가신 뒤 흘러내리는 눈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