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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2.LAKE TAHOE에서의 즐거운 휴가

by HJC 2012. 1. 7.


얼마 전 친구들과 이곳으로 다시 놀러 간 큰 아이가 보내 준 사진을 보다가 뒤적여 찾아낸 수필입니다.

 

모두 5개로 나누어 올렸던 것이지만, 2개로 나누어 올리는 2편입니다.


 

 

 

 

 

 

 

 

 

 

우린 지친 몸을 끌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끝낸 후 1층의 카지노 홀에 있는 'HARD ROCK CAFE'로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곳에선 마침 우리가 대학생이었던 1970 년대 말 그 즈음의 빌보드 순위 상위권에 종종 오르던 ZZ TOP'이라는 그룹의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멤버들은 아직도 그룹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턱수염들을 길게 기르고 있었다. 그네들이 무대에 자릴 잡는 동안은 워낙 오래전 가수라 그들의 가장 인기 있던 노래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던 차, 마침 'Waitin` For The Bus'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눈앞에 그들의 공연을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대학시절에도 난 Uriah heep 의 'sunrise' 정도라면 몰라도 실지로 이 ZZ TOP의 음악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편이 아니었다. 단지 현재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의 여행을 하는 듯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되더라는 점에서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신기했다. 모든 소소한 기억들이 갑자기 나를 그 시대로 끌어당기는데, 그 역시 넋을 잃고잃은 듯 무대만 바라보며 나와 함께 하지 않았던 그 시절 어떤 시간 속을 바삐 여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고개를 돌려 애들을 보니...나이 든 그룹이라고 무관심할 법도 하건만, 들어보지 않던 장르에 눈들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런데 무대 쪽에 세워져 있는 한 달의 스케줄을 보니 8월 23일인 내일 모레에 'RINGO STAR'의 공연이 있을 거라고 표시 되어 있는 거였다. 모르면 모르고 말 것을 역시 만나기 힘든 이 그룹의 공연을 보면서도, 새삼 비틀즈 멤버 중 한 사람이었던 링고 스타의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됨이 아쉬웠다

 

 

저녁을 먹은 후 곧 바로 룸으로 올라가기가 뭐해 시내를 조금 둘러보러 나갔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도 관광지라 그런지 많은 이들이 아직 거리에 북적이고 있었다. 이것저것 선물가게를 돌아다니며 입어보고 만져 보고...몇 개의 작은 기념품을 샀다. 그러며 커다란 케이블카가 있는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스키장 입구였다. 밤이라 무섭게 깜깜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아니 여름이라 눈은 자취도 없고 푸른 소나무만이 무성한 곳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보니 바로 보이는 어려운 코스인 이곳은, 대낮에 멀리 비치 쪽인 저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는 V자를 거꾸로 세운 듯 산을 깎아서 허옇게 나무 한 그루 없이 그대로 속살을 드러내 좋지 않게 보이더니 지금은 어둠 속이라 별다른 생각 없이 보게 한다. 입구는 스키장 꼭대기로 스키어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케이블카를 타는 장소인지만 지금은 한여름, 겨울도 아닌 이 계절에 눈도 없는 스키장에 사람도 태우지 않은 케이블카들이 낮 시간도 모자라 밤까지 스키장 꼭대기를 향해 쉬지도 않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의 감정처럼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못해서도 아니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고지에서의 밤. 우유 맛이 진하게 나는 밀가루를 반죽하듯 만드는 특이한 아이스크림을 입 안 가득 넣고 산을 바라보자니 차가움 때문인지 갑자기 내려간 기온 탓인가. 갑자기 후두둑.... 온몸이 떨려왔다.

 

 

 

둘째 날 아침이다. 커피를 마시며 아침으로 몇 종류의 페이스트리로 든든히 배를 채운 우리는, 호텔 직원의 안내를 따라 이곳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에머럴드 베이를 향해 출발했다. 길 양쪽으로는 끝없는 절벽이었는데 가는 산 길 중간 중간 마다 휴지를 버리면 1000불의 벌금'이라는 경고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곳에 누가 무엇을 버려도 알지도 못할 쓰레기 경고문이라니! 그 위험 경고를 보자 양 길 옆으로는 보호해 줄 난간 하나 없는 곳이라 사고로 절벽 아래로 차가 떨어져도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착잡했다.

 일본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이 좁고 구불거리는 곳곳에 '死亡多發!'(?)이라는 경고문들이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레이크 타호의 경고문을 보자, 위험하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명령조 식인 일본의 경고문이 이런 인적 드문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1000불 벌금을 징수 하겠다는 경고 보다는 월등하게 설득력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위험하게만 보이는 이곳으로 누군가가 떨어진다면 어찌 할까라는 상상과 그것이 쓰레기의 벌금 값과 연결되며 그만 실소가 나온다. 경고 문구를 바라보다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기에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자, 갑자기 숨이 탁 막혀버릴 듯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절벽도 모자라는지 양 옆 800피트 아래로 뚝 떨어지듯 호수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정경이 펼쳐졌다. 어찌 생기게 된 지형인지 Bay의 양쪽 끄트머리엔 하늘을 가르고 겨우 2차선이 산과 산을 마치 공중의 흔들다리처럼 이어주듯 뚫려 있고, 진짜로 미세하게 차체가 흔들리던 1마일이 넘는 그 다리를 건너오며 차창을 통해 절경을 구경하거나 바로아래의 깊은 호수를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떤 행동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정면으로만 시선을 둘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다보고는 싶지만 고개를 기우렸다가는 마치 내 몸을 싣고 있는 차체가 내 시선 따라 호수로 빨려 들듯 떨어지고 말 것 같은 현기증 때문이었다. 그 길에 들어서기 전에 쓰레기에 대한 경고문이 있던 길 양 옆이 절벽이어서 무섭다고 생각하던 그런 안심(?)할 수 있는 도로가 나오게 될 때까지, 속이 울렁거리는 탓에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가장 비치가 잘 내려다보이는 절경이 있는 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특별한 구경 할 장소가 준비되어 있기 마련인데, 차에서 내려서 다가가자, 조금 전까지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왜 이곳의 이름이 에메랄드 비치인지 설명이 필요 없어졌고 예쁜 호수의 에메랄드빛에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레이크 타호 지도에서 찾아보자면, 시계 40분 방향에 있는 물방울 모양으로 생겨 들어가 보이는 곳이 에메랄드 베이다. 그 작은 물방울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베이의 호수 정 가운데에 이름을 모를 섬이 한 개 있었고, 여기서부터 몇 마일의 하이킹 코스로 비치를 향해 산을 내려가듯 수영복 하나만을 들고 저 아래 꿈의 비치로 내려가면 되는 거다. 수영도 하고 절경도 볼 수 있는 하나의 관광 코스처럼 섬 주위 구경을 할 수 있게 하얀 CRUISES가 맴돌고 있는 걸 보자, 바로 아이들은 그 섬을 피터 팬의 영원히 늙지 않고 성장도 하지 않는 아이들만의 섬 '네버랜드'라 이름 지었다.

 

 

 

에메랄드 베이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차로 천천히 호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북쪽으론 주로 비치보다는 보트를 타는 곳이 많고, 북쪽 호수 그 위 쪽 산에는 호수로 부터 떨어진 듯 생겨있는 크리스탈 베이라는 곳도 있는데, 그곳의 경치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다음에 올 적에는 그곳에서 래프팅도 해보고 싶다. 방금 결혼해 행복한 미소를 한 커플이 무표정의 연한 갈색 말 갈퀴를 가진 백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1985년에 며칠 놀러갔던 미시건의 MACKINAC ISLAND 생각난다.

 

그 곳도 꼭 이곳 레이크 타호와 같이 아주 커다란 미시건 호수가 있고, 그 가운데 MACKINAC ISLAND라는 섬이 있었는데, 섬 안에는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는 대신 관광지를 복잡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정책 상 모든 관광객들을 섬의 밖인 육지의 배 타는 곳 에 마련된 공공주차장에 차를 두고 승선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 섬 안에서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연히 도보나 하이킹 또는 아까 길거리에서 본 신혼부부처럼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내가 이 MACKINAC ISLAND가 생각 날 때마다 따르는 기억 한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사진을 찍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이다. 섬 구경을 실컷 하며 마침내 만리장성 같은 꼭대기에 올라 역사적인 남북 전쟁 때의 군사 기지라는 곳에 도착을 했었는데, 섬의 아름다움에 그 당시만 해도 잘 찍으려 하지 않던 사진을 찍으려 니, 카메라에도 가방 속에도 좀 전 아무 것도 아닌 것 찍느라 전부 써 버렸던 한 통의 필름 말고는 여분이 없는 거였다. 힘들게 당도한 곳에서 명소의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된 난 아쉬움에, 돌아 내려오는 길 내내 땅만 쳐다보며 걸었었기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여름 방학 마지막으로 가질 수 있는 연휴라 그런지 하이웨이엔 보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찰들이 단속을 위해 깔려있었다. 억지로 65마일의 제한속도를 지키느라 많은 차들은 뜨거운 숨을 참 듯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차 안의 가족 역시 지겨움과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은 채였다. 아이러니 한 것은, 출발하는 날 아침엔 해 뜨는 동쪽 향해 운전해 가며 눈이 부셔서 너무 힘들다 해 놓고, 돌아가는 날엔 왜 하필 이런 저녁 시간을 택해 눈부시게 해 지는 서쪽을 향해 운전하고 있느냐는 거였다. 눈이 아프면 아플수록 알고 있으면서도 행한 내 미련함이 정말 한심했다. 인생도 이처럼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맞물려지지 않는 길로만 산다면 얼마나 고달픈 행로겠는가.

 

이번 한국행에서 졸업 후 처음 만난 동창들이 노래면 다 좋아한다는 내게 작은 선물 몇 개를 해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박 아무개라는 가수의 CD였다. 노래방에 갔을 때 어떤 친구가 부르는 곡이 좋아 누구 노래냐고 물었더니 그것을 기억한 거였다. 그리고 또 한 개는 '옛사랑'이란 노래가 들은 거였다. 다른 이의 노래를 잘 불러내는 가수의 리메이크로 듣는 것도 괜찮게 느껴졌다.

 

 

모두들 노곤해져 잠든 혼자만의 시간, 흘러나오는 음성으로부터 난, 나의 지난 시간을 맞이한다. 모든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던 가사에 빠져들며 유일하게 가 본 적 있는 광화문에서 제일 유명했던 풍미당이라는 냉면집이 있던 거리도 가보고, 옛사랑을 부른 가수가 사회를 맡았던 70년대 중반의 종로 YMCA의 'Sing Along' 코너에도 다시 한 번 가서 앉아 본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과거에서 과거로 옮겨가다보니 이미 집으로 들어가는 하이웨이 출구가 보이는 거였다.

 

레이크 타호애서 보낸 며칠. 언제든지 다시 가볍게 떠나리라 생각하며, 여행 끝의 안도 때문인지, 어디에서 들었는지 전혀 내 취향과는 무관한 아니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루루루루~~루루루루루~~아마 난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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