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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이 이끄는 생 (詩와수필)/Like everyday life 1

1.LAKE TAHOE에서의 즐거운 휴가

by HJC 2012. 1. 6.

큰아이가 보내 준 이곳 사진을 보다가 뒤적여 찾아낸 수필입니다.모두 5개로 나누어 올렸던 것이지만, 2개로 나누어 올립니다.오랜만에 수정을 보아 올리려니 막상 인물 사진 말고는 2002년 그 당시 사진이 거의 없네요.ㅎ.엊그제 아이가 현재 레이크 타호의 사진을 보내 주어 며칠 전 올리기도 했지만

http://blog.daum.net/hwawoo/1425  #선물이 따로 없다

이 포스트 사진은 겨울 풍경인데 글은 레이크 타호의 여름 이야기인지라 넣지 않았습니다.

 

LAKE TAHOE Private Beach에서 -2002. 여름여행

 

 

기막히게 좋은 날씨다. 주로 이 기막히다는 말을 어떤 때 쓰는 걸까를 생각하다 아무튼 그 기막히다는 단어가 딱 어울릴 정도의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해 간단한 아침식사 후 작은 아이 박스에 차갑게 반쯤 얼린 물 4병과 아침저녁 쌀쌀할 때 입을 두터운 웃옷, 그리고 호수에서 마구 물놀이를 해도 좋을 가벼운 옷과 갈아입을 옷 한 벌씩만을 가지고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음식준비 같은 것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여행은 보고 느끼러 가는 거라는 주장으로 음식 준비를 하지 못하게 했고, 나 역시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늘 여행을 떠나는 길은 들뜨는 마음처럼 준비도 가볍기 마련이다.

어딜 가더라도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이 즐비한테 굳이 바리바리 음식 싸 가지고 가서 여행의 느낌, 그 목적을 어긋나게 하고 싶지는 않기에 우리에겐 먹고 싶은 것은 집에 있을 때 해 먹고, 여행지에서 가장 맛있다고 이름난 것을 사먹는다는 것이 언제나처럼 약속 되어있는 것이다.

 

아침 여섯시 반 밖에 안 되었는데도 하이웨이는 벌써 평소보다 북적이기 시작한다. 긴 여행으로부터 집으로 돌아온 후, 그래도 이곳이 내가 살아온 곳이라 그런지 시차 적응이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겪은 것 보다 시차가 한결 수월하다. 딸들과 난 이미 멀쩡해 졌는데, 그 동안의 자신의 일에 쉴 틈이 전혀 없던 겹친 피로 때문인지.... 그는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좀 힘들어 보인다. 그래 굳이 이곳에서 만큼은 그에게 운전을 맡기고 싶지 않지만 지도를 들여다보던 그가 산 입구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엘리베이션 때문에 어지럼을 잘 타는 내게 조금 무리가 될 거라는 걸 감안해 2시간 후 부터는 자신이 운전을 하겠노라 제의했다.

딸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랩에 볼륨을 높이자, 10대 딸들과 거의 같은 수준의 와이프를 어이 없다는 듯 바라보며 웃는다. 한국에선 자신이 아는 한국여자.. 하지만 미국에만 오면 딴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창들이 지어준 별명대로 길치에다 몸치에다 음치, 이것저것 얼얼한 짓은 있는 대로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면 말 한 마디 잘 섞지도 못하는 한국 떠나온 20여 년 전인 그 당시의 내성적인 여자로 돌아가 버리는데, 일단 이 곳 공항에만 내리면 나는 무엇에든 자신이 있는 당찬 여자가 된 느낌을 갖게 된다. 이유는 한 가지, 나처럼 나약한 이가 힘들게 경쟁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그저 굳게 마음먹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길은 지도 한 장만 있으면 하이웨이를 수십 번 갈아타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게 정확해서 내 성격에 맞게 표시된 지도만 따라가다 보면, 묻지 않고도 결국은 목적지를 찾게 되어있다. 그리고 여태까지 스피드 티켓 한 번 뗀 적 없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 내 교과서적 운전 실력은, 작은 샛길 찾으려 이 길 저 길 기웃거리지 않고 보이는 대로만 가면 되기에, 도시만 아니라면 깜짝 놀랄 혼을 울리는 소리 한 번 듣기도 힘들고 차선 변경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한가함 등에 길들어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운전하다 트럭 밑으로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위협을 느낀다는 트럭 길이 자체가 엄청 긴 대형 트럭 두 대를 양쪽으로 끼고, 그래서 사고도 많이 나곤 한다는 그 사이를 마치 깍두기처럼 벤을 몰면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나를 보면, 내가 봐도 나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담대함 마저 있는 편이기에 그는 그런 나를 통이 크고 용감한 여자라고 여기는가 보다. 그래서 그가 내 곁에 머무를 수 없는 동안에도 늘 모든 일 손수 해결 해 나갈 수 있는 강한 여자라 고 맡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산으로 오르는 이번 여행 코스는 좀 다르다. 평지가 아닌 차로의 산행이기 때문이다. 높이가 보통 7000 feet(약2100미터)정도 되는 수십 개의 산봉우리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서 높이는 저 아래 도시 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까지 합치면 백두산(2700미터) 높이 정도 되겠고, 그 가운데인 백두산의 천지처럼 6222feet에 레이크 타호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향해 올라야만 하는 것이다. 크기는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려면 시속 60마일 (120km)로 달리는데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리니, 사실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라고착각하게 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을 평지에서부터 가파르게 혹은 완만하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며 결국 올라야 하는 것이다. 달리는 차창으로 하얗게 거울처럼 반사 되어오는 아스팔트, 선글라스를 착용 하고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봐야만 할 정도로 이른 아침의 운전은,  동쪽인 해 뜨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이유 한가지만으로도 그다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에 다시 갈 땐 해가 중천으로 오른 오전 11시 이후 쯤 이던지 아님 아예 2박 3일 코스로 오후에 출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쟀든 한 번 갔던 길은 언제나 처음처럼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는 사우스 레이크 타호 지역에 들어선다. 손바닥을 곧게 펴고 그걸 호수라고 생각하고 길게 종선으로 잘라 내린 왼쪽 2/3는 캘리포니아고  1/3인 오른쪽은 네바다 주가 되는 건데, 캘리포니아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가 나오질 않는다는 카지노 영업이 네바다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권장되는 일이기 때문이라서인지, 눈앞에 있는 주 경계선이 가까워 오자 저쪽 길 건너편에 보이는 네바다 주에는 적지 않은 호텔들과 카지노들이 즐비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체크인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기에 우린 그 호텔 중 한 곳  HARRAH'S에 예약 해 놓았던 12시 이후의 체크인만을 확인한 후 근처로 놀러 나가려는 생각으로 들려보았다. 친절하게 보이는 좋은 인상 그대로 매니저는 룸이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바로 짐을 풀고 가도 좋다고 한다.

사실 집에서 불과 4시간 정도의 거리인 2박 3일의 짐이랄 것도 없는 따로 없는 여행이지만, 가져온 옷몇 벌을 방에 던져두고 커피 한 잔씩 뽑아 마신 후 다시 내려오는데, 좀 전 카운터에 있던 매니저가 부르더니, 오늘 오후 어디 특별히 갈 곳 정하지 않았다면 저 길 아래에 있는 개인 소유의 비치에 놀러가면 아주 만족할 거라며 생각이 있으면 가보라며 비치 입장권을 건넸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고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이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며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딱히 계획 세운 것도 없이 한 번 둘러볼 마음으로 간 곳이었다. 이런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한 행운이 있겠는가 싶었다. 종종 이 세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친절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는 많은 게 분명했다.
문득, 여기 이렇게 선 자세에서 어느 방향이 한국이더라..생각 하다, 수영하려면 아예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자는 아이들의 말에
잠시 과거로 떠나있던 마음을 챙긴다.

 

모두 샌달에 반바지차림이다.. 비치 입구 바로 앞에다 파킹하고 입구에 서 있는 남자에게 티킷을 보이자, 형식적으로 하는 그저 지나는 소리가 아닌, 정말 우러난 듯 방문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비치 안으로 별천지처럼 펼쳐진 또 다른 비치가 보였다. 역시 개인 소유라 그런지 이렇게 깨끗하고 좋을 수가 없다. 해변을 거닐 때면 물이 밀려 들어왔다 나갈 때 느껴지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의 감촉을 즐기곤 하는데, 이곳의 모래는 매우 특이해 그 감촉이 한층 더 느낌이 좋았다. 바다로 보일만큼 커다란 이 레이크타호의 모래는 쌀알을 3등분정도의 크기로 나눠 놓은 듯 동글동글한 크기로 닳아있어서 호숫가를 거니는 감촉이 매우 좋았다. 뭐랄까...처음엔 아파서 자지러 듯 놀라게 하던 타이의 발 맛사지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물리적이 아닌 정신적 맛사지를 받는 듯 평온해짐을 느꼈다. 아무리 손에 들고 비벼도 아프지 않고 작은 모래알처럼 꾸정꾸정 손톱 밑에 지저분한 더러움으로 모래가 끼지 않아서 특별했고 적당히 까칠거리는 것조차 좋은 느낌이었다. 한 양동이쯤 퍼 와서 찰박찰박 물 채워 넣고 아이처럼 종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놓았다 만지작거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디에서인지 젯트 보트를 타는 이들이 휙-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눈앞으로 지나갔다. 하늘 저 멀리로 그저 올라 타 매달려 있기만 하면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달려 나감과 동시에 하늘로 떠올라 낙하산을 타는 듯하던 파타야에서의 패러 세일링을 할 때와는 다르게, 아예 600불을 내고 종일 보트를 빌리면 직접 자신이 운전해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동시에 뒤에 낙하산을 매달고 준비하고 있던 이도 공중으로 떠오르는 패러 세일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분담해서 지불하고 여러가족이 함께 하루종일 즐기는데 600불이라는 가격은 결코 비싸다고는할 수 없을 것이다. 보트가 달리는 것에 따라 이리저리 한가롭게 하늘을 나는 패러 세일러들이 군데군데 흐르는 구름처럼 레이크 타호의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COO~~~~~L!

작은 아이의 흥분에 찬 외침을 들으며, 애당초 북쪽으로 래프팅 하러 가려고 했던 계획도 흐지부지... 비치라고 다 비치가 아니듯 모래라고 다 모래가 아니 듯

특별하게 시선을 끄는 아름다움 이란,

무엇인가 다른 동질의 것보다 조용하게 돋보이는 것으로

그것만의 독특한 빛깔이 있어서다.

그것은 흉내 내려 해도 낼 수 없을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역사와도 같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 할 수 있는 곳을 가려고 계획하고 왔음에도, 그 모두를 포기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망설임 없이 이곳 비치만의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에 매료되어 제법 여행에는 부지런하고 차질 없다는 우리마저도 그냥 주저앉게 된 것이리라. 한 100 미터쯤 떨어진 곳에 무언가 빌려주는 곳이 보이고 펄쩍거리며 조르는 둘째와 함께 걸어가는 부녀의 뒷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다 문득 그 뒤쪽인 저 멀리 산 위 11시가 넘도록 떠 있는 낮달이 보였다. 이른 아침에 운전하고 오면서도 보았던 달이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서성이며 흘려내는 풍경에서, 어떤 안타까움이 뜨거운 태양과 함께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듯 했다.뭘 그렇게 쳐다보느냐며 모래 구덩이를 파서 집을 만들던 큰아이의 말에 현실로 돌아보니 아빠 옆에서 막내 특유의 베짱이 습성대로 페달에 발 얹은 시늉만 한 체 온 몸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작은 아이와, 그저 그런 모습이 예뻐 힘들게 페달 밟으면서도 시종 입가의 웃음이 떠날 줄 모르는 그가  탄 노란색 패달 보트가 호수 저편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비치 가장자리로 달려가 두 손을 흔들어 줬다. 기분 최고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그들을 보며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방향을 틀어 호수 가운데로 미끄러지듯 나가자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 모래 위에 벌렁 나자빠지듯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렇게 예쁜 푸른색은 도대체 어디서 스며 나온 것인지, 코발트 블루에 오프 화이트를 조금씩 섞으면 연 보랏빛 나는 하늘색이며, 마린 블루에 화이트를 그렇게 섞으면 하늘색 또는 바다색이라 부르는 여러 가지 색들이 나오긴 나올 텐데 그래도 저 색은 아닐 듯 했다. 도대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신비에 가까운 저 푸른색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누운 채 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 그림을 그려보았다. 레이크 타호의 이 아름다움을 유화보다는 색의 섬세함을 보다 자세하게 섞어낼 자신이 있는 파스텔로 담아 봐야겠다. 몇 장이고 레이크 타호의 이런저런 모습만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왜 자꾸만 눈 따갑고 콧등 시큰한 건지, 인간은 더나온 곳을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을.....일본에서의 8년을 뒤로 하고 항상 돌아오고 싶어하던 이곳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거고 이렇게 여행을 온 거라며, 재차 자신에게 현실을 확인 시켜야 했다.

 

 

한동안의 보트 놀이와 마음 놓고 들어가기엔 그 수온이 너무 차 망설이면서도 잠깐씩의  수영과 일광욕을 즐긴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는 차에 피곤해 늘어진 몸을 싣는다. 저 멀리 뉘엿뉘엿 해 저무는 노을이 네바다의 하늘을 붉게 물들여 가고 그 아래 카지노의 불빛들이 서서히 도시를 열광시키기 시작하는 탓일까. 마치 잠잠한 내 안 어디에선가 열기가 올라오는 듯 했다. 때로 옆 사람 얼굴조차 식별이 잘 되지 않는 어둠이라 해도 무엇엔가 가슴 벅차 흘러내리는 눈물 정도는 감출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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